이승엽 이후 누가 40대에 저리 잘할거라 생각했나···KIA 최형우로부터 ‘불혹의 역사’는 다시 쓰인다[스경X레코드]
올해 KIA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김도영이다. 타격 전 지표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김도영은 최우수선수(MVP)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김도영 못지 않게, ‘노장의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최형우 역시 KIA 타선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불혹을 넘어선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 못지 않은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최형우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충분하다.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최형우는 팀이 5-2로 앞선 6회초 1사 만루에서 LG 왼손 불펜 투수 이상영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작렬했다. 이대호(40세2개월30일)를 넘는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40세6개월23일)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5타수3안타 5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른 최형우는 타점 1위를 고수했다.
올해는 최형우의 41세 시즌이다. 41세는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불꽃을 태웠던 시즌이기도 하다. 2017년 41세 이 감독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홈런 2개를 터뜨리는 등 마지막까지 노장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6 이승엽(40세) : 142경기 0.303/0.380/0.518 OPS 0.898 27홈런 118타점 89삼진-65볼넷 wRC+ 119.2
2017 이승엽(41세) : 135경기 0.280/0.347/0.517 OPS 0.864 24홈런 87타점 85삼진-47볼넷 wRC+ 101.4
40세 이후 이 감독은 분명히 전성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이로 인한 기량 감퇴는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저 정도 성적을 낸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 감독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그 어떤 선수도 40세 이후 시즌에 저 정도의 생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형우의 등장으로, 적어도 40세 이후 한국프로야구 타자의 역사는 다시 쓰여지게 됐다.
2023 최형우(40세) : 121경기 0.302/0.400/0.487 OPS 0.887 17홈런 81타점 83삼진-65볼넷 wRC+ 153.4
2024 최형우(41세) : 78경기 0.291/0.367/0.533 OPS 0.900 17홈런 78타점 57삼진-34볼넷 wRC+ 127.6 *진행중
오히려 41세 시즌만 놓고 보면 최형우가 이 감독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올해 최형우와 똑같이 78경기를 치른 시점에서의 기록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78경기 시점에서의 2017 이승엽 vs 2024 최형우>
2017 이승엽 : 78경기 0.275/0.343/0.516 OPS 0.859 16홈런 50타점 49삼진-27볼넷
2024 최형우 : 78경기 0.291/0.367/0.533 OPS 0.900 17홈런 78타점 57삼진-34볼넷
물론 이 감독이 현역 시절 남긴 기록, 그리고 임팩트 등은 그 어떤 선수도 쉬이 범접하기 힘들다. 그래서 ‘국민 타자’, ‘레전드’라는 칭송을 듣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승엽 감독의 기록을 하나씩 넘어서며 역시 불혹의 나이에도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는 최형우 역시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다.
한화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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