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왔다가 뇌사···30대 태국 女, 한국인 5명에 새 생명

푸리마 렁통쿰쿨 씨, 뇌사 장기기증
올 들어 외국 국적자 4명 뇌사 장기기증

푸리마 렁통쿰쿨 씨의 생전 모습. 사진 제공=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서울경제]

한국 여행 중 갑작스럽게 뇌사 상태에 빠진 태국 국적의 30대 여성이 한국인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하늘로 떠났다.

1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푸리마 렁통쿰쿨(35) 씨는 이달 5일 인제대 해운대백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좌우 신장을 기증해 5명을 살렸다.

태국 방콕에 살던 렁통쿰쿨 씨는 친구와 함께 한국에 여행을 왔다. 여행 일정을 소화하던 중인 지난달 27일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으로 날아온 가족들은 렁통쿰쿨 씨가 다른 생명을 살려 기적을 베풀기를 바랄 것으로 믿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환생을 믿으며 세상을 떠날 때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을 가장 큰 선행이라고 여기는 태국의 문화가 어려운 결심을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방콕에서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렁통쿰쿨 씨는 늘 밝고,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과 힘을 주는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방콕에서는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꿈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했다.

렁통쿰쿨 씨의 어머니는 "너는 우리 삶에서 늘 최고였어. 이제 편히 쉴 시간이니 다른 걱정은 하지 말고 하늘에서 편히 쉬어. 우리는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널 생각하고 사랑할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렁통쿰쿨 씨를 포함해 올해 외국 국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모두 4명으로 국내 뇌사자 장기기증의 약 1.8%를 차지했다. 앞서 장기기증 외국인은 2019년 7명, 2020년 8명, 2021∼2023년 각 7명씩 있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