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로드 투 메이저리그 ㅣ 에피소드 6: 메이저리그의 키워드 ‘어그레시브’
ML은 “야수는 스피드와 파워…투수는 정교한 컨트롤”을 원한다
KBO는 4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거대 리그로 성장했습니다. 올해는 1000만 관객을 기대할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는 MLB, JPB와 더불어 당당히 세계 3대 프로야구 리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야구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강점과 특징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선 리그들의 방향성과 특장점을 분석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도입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좀 더 과감하게! 스몰볼에 매몰되지 말자
그런 의미에서 MLB가 추구하는 전략과 방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KBO와 MLB의 가장 극명한 특징은 공격 성향 입니다. MLB는 꾸준히 ‘어그레시브’를 강조해 왔습니다. 이는투타 모두에 해당합니다.
리그를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투수는 공격적인 성향의 피칭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변화구보다 직구의 비율이 높고, 이 부분을 타자 역시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스윙을 합니다. 물론 게임을 하다 보면 번트도 필요합니다. 작전에 따라서 치고 달리기 즉, 히트 앤드 런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장거리 레이스의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 그런 사례는 10경기에서 1~2번 정도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는 공격적입니다.
한국 야구가 스몰볼에 너무 집중하지 말았으면 니다. 타자는 좀 더 공격적으로 과감하고 강하게 스윙을 하고, 투수들도 야구를 배우기 시작하는 어린 선수일수록 직구 비율을 높이면서 타자와 정면 승부를 즐겼으면 합니다.
한 번 깨지더라도 맞닥뜨려서 부닥쳐봐야 실전 경험으로 쌓이고 이는 곧 선수 능력의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코칭스태프 역시 선수의 이러한 도전과 승부에 충분한 기회를 주고 오픈 마인드로 선수들을 대해주었으면 합니다.
타격코치는 아메리칸리그, 투수코치는 내셔널리그 KBO에서도 메이저리그의 훈련 환경과 시스템을 체험하고 배우고자 연수를 가는 코칭스태프가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야수코치들이 연수를 생각한다면 아메리칸 리그를 추천합니다. 리그의 특성상 극단적으로 공격 성향의 팀이 많기 때문입니다. 공격적인 야구를 하는 팀에 가서 팀 분위기도 보고, 전략적인 성향도 배우는 것이 좋습니다.
내셔널리그 야구 경기를 보면 속칭 ‘스몰볼’을 하는 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번트나 히트앤드런 같은 작전도 적극적으로 구사합니다. 그만큼 투수 공략의 다양한 해법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 출신 코치가 연수를 간다면 내셔널리그를 추천합니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대동소이 합니다. 기본적인 펑고, 작전 수행 훈련, 코치의 지시 패턴과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틀 안에서 확연히 다른 점이라면 내셔널 리그는 투수의 비중이 큽니다. 잘하는 투수도 많고 투수 중심으로 경기를 끌고 나갑니다.
아메리칸 리그는 이미지 자체가 파워 히터들의 리그입니다. 강력한 타자들이 즐비합니다. 팬들 역시 내셔널리그는 투수 게임, 아메리칸리그는 타자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국내 코치들이 연수를 간다면 목적과 포지션에 맞게 연수를 갔으면 합니다.
짧고 굵은 MLB의 훈련방식, 집중력이 관건
우리나라 스포츠계에서 애용하는 용어들이 있습니다. 바로 ‘극기훈련’, ‘지옥훈련’ 입니다. 마치 극악의 훈련만이 좋은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는 듯 합니다. 성적을 내야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전종목이 훈련 강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훈련은 얼마나 오래, 강하게 해야 하는가를 중시해 왔습니다. 현대 스포츠로 넘어오며 이런 성향은 많이 완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훈련만큼 휴식의 비중을 중시하는 문화도 생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집중력과 효율입니다. 한국 야구도 효율성 측면이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훈련 시간이 긴 편입니다. 훈련시간이 길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훈련 효과는 반감될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를 보면 훈련 스케줄은 길어야 3시간입니다. 메이저리그 훈련 방식은 우리 표현으로 하면, ‘짧고 굵게’ 입니다. 2시간을 훈련한다고 해도 선수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서 집중합니다.
코칭스태프 역시 팀의 성향, 선수별 컨디션을 고려해서 집중력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팀에 맞는 훈련 스케줄을 만들어야 합니다. 단순히 훈련량이 많다고 야구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훈련을 선수 본인 스스로 어디까지 최대한 집중할수 있는지 파악하고 코치들이나 감독 역시 이를 철저히 수치화해서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서 ‘우리 팀에 필요한 훈련 타임은 딱 2시간이야, 여기에 목숨을 걸자’라는 식으로 설정하고 최선의 훈련 방식을 채택했으면 합니다. 제가 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IMG아카데미에 야구팀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훈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본기’와 훈련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효율’ 입니다.
시카고 컵스의 이마나가에 주목하는 이유
공격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이지만 오히려 인정받는 야수의 선제 조건은 수비, 특히 송구 능력입니다. 하지만 수비능력 역시 메이저리그의 화두는 스피드와 파워입니다. 타격에 있어서 강력하고 빠른 스윙스피드를 요구하는 것처럼 수비 역시 결국 빠른 판단 능력(스피드)에 의한 강하고 정확한 송구(파워)가 핵심인 것입니다.
때문에 선수의 피지컬 능력 강화를 위한 메이저리그의 훈련센터는 물론 어린 선수들을 키우고 있는 IMG아카데미와 같은 교육의 현장에서도 스피드와 파워를 증진시키기 위한 첨단 장비과 시설 투자에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김하성 선수, 강정호 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인정 받았던 이유는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정확한 송구 능력 때문입니다. 어깨는 타고나는 성향이 있지만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얼마든지 보완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면 삼성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의 경우, 선수시절 강한 어깨를 가지지는 않았지만 이를 빠른 움직임과 안정적 수비 운영으로 커버하며 레전드 선수로 자리매김 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카고컵스의 왼손투수 이마나가 쇼타의 경우,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스플린터 구질이 경기 현장 표현으로 굉장히 ‘지저분’ 합니다. 이마나가의 투심 패스트볼,직구의 구속은 92마일 정도로 평범합니다. 그럼에도 정교한 스플린터의 구사를 통해서 강력한 타자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트들 역시 직구구속보다는 커멘드 능력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선수들이 있다면 이러한 성향을 반드시 숙지하고 준비했으면 합니다.
봉중근 l 전 국가대표 투수 · IMG아카데미 야구 보딩스쿨 코치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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