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받고 상장하겠다는 이노그리드... 소송 리스크보다 실적 뻥튀기가 문제
증권신고서 7번 정정하는 동안 실적 괴리 그대로 드러나
내달 시장위원회서 재심사 결과 발표 예정...”결과 뒤집기 어려울 것”
한국거래소로부터 사상 초유의 ‘상장 승인’ 취소로 코스닥 입성이 좌절된 클라우드 솔루션업체 이노그리드가 재심사를 신청해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최대주주 간 소송 리스크를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면서 상장 승인을 취소했는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노그리드의 예상 실적 뻥튀기라는 지적이 증권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노그리드는 지난 2월 처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7번이나 정정 신고서를 냈다. 정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계속 흘러갔고, 실제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올해 전체 예상 실적은 장밋빛 전망을 유지해 왔다. 현재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미래 실적을 뻥튀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노그리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효력 불인정에 대해 재심사를 신청하고,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거래소는 다음 달 시장위원회를 개최하고, 최종 재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 주식 및 채무에 법적 분쟁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상장예비심사 과정에 보고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과거 최대주주와 현재 최대주주 간 분쟁 가능성을 누락해 투자자 보호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 측은 상장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악의적인 민원을 받은 것이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
다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 이노그리드의 실적이 정말 개선되는지를 지켜보고 상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전 분쟁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당사자끼리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실적 미달은 기업가치와 연결돼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뻥튀기 상장에 불을 지른 파두 사태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노그리드는 증권신고서를 7번 수정해 제출했다. 올해 2월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한 후 금융감독원의 권고에 따라 여러 차례 수정한 내용을 담아 지난달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정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이 다르다는 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증권신고서를 처음 제출할 때만 해도 지난해 9월 말까지의 실적이 담겼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192억2900만원, 영업손실은 35억3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노그리드는 2월 당시엔 가결산을 통해 4분기(10~12월) 매출액이 160억4100만원, 영업이익이 26억25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 계산에 따르면 지난해 총매출액은 353억3400만원, 영업손실은 9억1100만원이 돼야 맞다. 당시는 이미 2023년이 끝나고 한 달이 넘은 시간인 만큼, 회계법인 감사를 받지 않은 실적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차이가 발생하지 않아야 맞는다.
그러나 4월 수정한 증권신고서에는 이보다 적은 금액의 실적이 찍혔다. 지난해 총매출액은 당초 예상보다 24억5400만원 적은 328억8600만원, 영업손실은 예상보다 1억5000만원 많은 10억6800만원으로 나타났다. 만약 2월에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그대로 통과됐다면, 2개월 만에 가짜 실적으로 판별되는 상황이었다.
실적 부풀리기 정황이 드러나면서 올해, 내년, 내후년 실적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당장 올해 1분기부터 어긋나는 모양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0억9000만원, 영업손실은 22억4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35% 줄고, 영업손실은 3억원가량 늘어났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올해 예상 매출액은 401억원, 영업이익은 24억6600만원이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노그리드는 7번의 정정 과정에서 올해 예상 실적은 손대지 않았다. 1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나 감소한 만큼, 2분기부터 가파르게 실적이 개선돼야 예상 실적을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예상 실적을 우호적으로 추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다음 달 재심사 과정에서 2분기 실적이 어느 정도 나왔는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미 2분기가 끝난 만큼, 2분기 실적마저도 기대치를 밑돌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상장을 불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노그리드는 자본 잠식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상장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기준 이노그리드의 자본 잠식률은 128.46%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상장 후 공모자금이 유입되어야만 자본 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
한편 증권업계에서는 이노그리드가 재심사 결과를 뒤집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위원회에 공이 넘어갔지만, 기업공개 전략을 수정한 게 아니어서 단순 입장 피력에 그칠 것이란 근거에서다. 그간 증권신고서를 7번 수정한 것도 소송 리스크만 고려한 게 아닐 거란 의견도 있었다.
이번 재심사에서 효력 불인정 결과가 유지되면, 향후 1년간 신규 상장 신청을 할 수 없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재심사의 경우 상장예비심사 규정을 준용해 신청한 날로부터 45영업일 내에 금융위원회와 상장사에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최종 재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사를 더 요청할 수 없다.
이노그리드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클라우드 전환 컨설팅, 클라우드 솔루션 제공, 클라우드 관제·운영관리 등 클라우드 사업의 전 과정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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