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팔이 ‘이제 혼자다’ 안 나온 상대방은 무슨 죄 [TV보고서]

[뉴스엔 이해정 기자]

감성적인 피아노 선율과 울먹이는 인터뷰만 내보낸다고 아름다운 이혼 예능이 되는 게 아니다.

가슴 아픈 사정은 개인의 것이고, 문제가 된 사안은 두 사람의 것인 데다, 이혼이 전국구로 알려지는 건 가족 모두의 일이다. 한 사람 목소리만 담는 이혼 예능은 이제 막 헤어진, 또는 헤어지고 있는 당사자들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사건을 완전히 파헤칠 것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헤집고 구설만 만드는 이혼 예능의 실태가 우려스럽다.

지난 7월 9일 첫 방송된 TV조선 예능 '이제 혼자다'는 이제까지 쏟아진 이혼 예능과는 결이 다른 첫인상을 남겼다.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가 싱글맘 일상을 조명하고, SBS Plus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 등이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혼자다'는 이혼 후 첫 단독 인터뷰 같은 느낌을 풍겼다.

혼자지만 씩씩하게 아이를 키우는 돌싱 육아의 힐링도, 그렇다고 문제의 부부가 출연해 치고받고 싸우는 관전의 재미도 아닌 동정심 유발 작전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특히 출연진 중 최동석, 이윤진은 아직 이혼이 마무리되지 않은 와중에 방송에 출연, 일방의 입장만 전파를 타고 있어 문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이혼 공방이 평탄하게 흘러가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최동석은 방송인 박지윤과, 이윤진은 배우 이범수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폭로와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 배우자가 카드로 얼마를 썼다느니, 은밀한 취미가 있었다느니, 글로 일일이 나열하기도 민망한 언급으로 폭주하고는 '이제 혼자다'를 경유지 삼아 겨우 멈춰 섰다.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고 언행을 돌아보는 것까진 좋은데 그게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나눠야 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매번 "자녀들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이라면서 말이다.

출연자만 탓할 건 아니다. 방송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일방적인 편들기 멍석을 깐 제작진도 문제다. 한쪽을 처절하게 버려지고 상처 입은 피해자로 묘사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은 가해자의 얼굴이 되기 마련이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셜미디어에서 상대를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책 배우자로 낙인찍히는 건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 아무리 예능이라 하더라도, 아니 예능이기 때문에 더 더욱 누군가는 결코 웃지 못할 방송을 만들고 송출한 일에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뉴스엔 이해정 hae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