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자존심’ 아리안 6호 첫 발사…스페이스X와 승부 예고

이정호 기자 2024. 7. 1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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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퇴역 아리안 5호 ‘후계자’
기술·보조금 조합해 발사비용 절감
스페이스X 팰컨9 경쟁에 주목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9일 오후 4시(현지시간) 아리안 6호가 발사되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제공

유럽의 최신 우주 발사체인 아리안 6호가 첫 발사에 성공했다. ‘재사용 발사체’를 무기로 미국 스페이스X가 이끌고 있는 세계 우주 시장에서 유럽이 아리안 6호를 통해 어떤 역할을 해나갈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유럽우주국(ESA)은 남미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이날 오후 4시에 최신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를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사 장면은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꽁무니에서 불을 뿜으며 발사장을 떠난 아리안 6호는 이륙한 지 7분 41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했다. 남은 2단 로켓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발사 65분 만에 목표로 한 고도 600㎞에 도달했다. 아리안 6호는 여기에서 초소형 위성 9기를 투입했다. 이 가운데에는 한국항공대 연구진이 만든 초소형 위성도 있었다.

다만 ESA는 지구 대기권 재진입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아리안 6호 상단에 실었던 캡슐은 예정대로 동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단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보조동력장치(APU)가 고장나서다. 하지만 ESA는 이 사안이 아리안 6호의 전반적인 발사 성공에 흠집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리안 6호는 높이 63m에 이르는 대형 발사체다.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며,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고도 수백㎞를 일컫는 지구 저궤도에 21.6t짜리 물체를 투입할 수 있다.

이번 아리안 6호 발사는 유럽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대형 인공위성을 유럽 스스로 쏘아올릴 능력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유럽이 1996년부터 사용하던 발사체인 아리안 5호는 노후화와 발사 비용 등의 문제로 지난해 퇴역했다. 그런데 아리안 5호 뒤를 이을 아리안 6호 개발은 늦어진 상황이었다. 아리안 6호 개발은 2014년 시작돼 2020년 완료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과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일정이 크게 지연됐다. 유럽의 애를 태우던 아리안 6호가 마침내 이날 발사되며 세계 발사체 시장에 데뷔한 것이다.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우주에 대한 유럽의 접근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리안 6호의 큰 특징은 발사 비용 절감이다. 지난해까지 쓰이던 아리안 5호의 1회당 발사 비용은 1억6200만달러(약 2240억원)였는데, ESA는 아리안 6호를 통해 이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사 비용을 낮춰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보다는 비싸다. 팰컨9 1회당 발사 비용은 6000만달러(약 830억원)다.

아리안 6호는 팰컨9 같은 재사용 발사체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보다 수십 번 다시 쓰는 로켓 발사 비용이 낮을 수밖에 없다. ESA는 이런 약점을 2031년까지 유럽 국가들로 구성된 ESA 회원국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조금을 합친 아리안 6호 발사 비용은 팰컨9보다 낮을 것으로 ESA는 보고 있다.

ESA는 아리안 6호 발사 횟수를 내년에는 6회, 2026년에는 8회, 2027년에는 10회로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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