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내부 전자제어장치 ECU 오류’ 급발진 주요 원인… 시동 굉음땐 ‘전조증상’ 의심해야[Who, What, Why]
시동 걸었을때 소리로 진단 가능
rpm 비정상적 높아져도 의심을
급발진땐 기어 중립 후 브레이크
벽·가드레일과 충돌시켜 멈춰야
급발진 의심 사고 해마다 급증세
브레이크·가속 혼동 사례도 많아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16명의 사상자를 낸 역주행 교통사고의
배경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차량 운전자가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당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브레이크가 들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고가 ‘운전자 과실’ 때문인지,
아니면 ‘차량 오작동’에서 비롯된 것인지
원인을 둘러싸고 한동안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최근 차량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의 신고 건수도 급증 추세다.
급발진은 자동차가 운전자의 의도와 달리 갑자기 높은 속도와 출력으로 가속하는 현상이다. 운전자가 시동을 건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거나 변속기를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자동차가 마음대로 전진 또는 후진하는 상황을 뜻한다. 급발진이 발생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돌진하게 돼 예측하지 못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 급발진이 일어나는 사례는 다양하지만, 차량 자체의 기계적 결함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자동차 내부 전자 제어 장치인 ‘ECU’(Electronic Control Unit, 엔진·변속기·브레이크 등 차량의 주요 기능을 제어하는 컴퓨터)의 오류가 발생하면 차량 급가속이 발생할 수 있다. 혹은 운전자의 오작동이나 실수가 발생할 때도 급발진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혼동해 잘못 밟는 경우다.
◇급증하는 급발진 의심 사고 = 자동차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부터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근거해 차량 제조사가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인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EDR을 분석해 자동차의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 변위량, 브레이크 작동 여부,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차량 결함으로 판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동차 결함이 아닌 ‘운전자 부주의’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EDR을 분석하더라도 급발진 증명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교통사고 전문 법조인인 한문철 변호사는 서울 시청역 사고에 대해 “(EDR은) 당시 상황을 기록할 뿐 운전자의 행태를 알 수는 없다”며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블랙박스의 오디오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당황하는 부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발진, 전조 증상이 있다 = 다만 자동차 급발진 여부는 여러 가지 전조 증상을 통해 파악해 볼 수 있다. 우선 차량 시동을 건 직후 자동차 엔진이 큰 굉음을 내며 불규칙적인 진동을 발생시키면 급발진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자동차는 시동 소리에 따라 차량 상태를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시동을 걸 때 시원하게 ‘부르릉’ 소리가 나지 않은 채 컥컥거리면서 날카로운 소리가 나거나 시동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rpm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경우도 의심해 봐야 한다. 자동차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는데 rpm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 뒤에도 rpm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급발진 전조증상으로 볼 수 있다.
◇급발진 의심 시 대처법 = 자동차 급발진이 발생했을 때는 무엇보다 상황을 정확하고 빠르게 판단해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운전자가 실수로 브레이크 페달이 아니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급발진이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 급발진이 일어났다면 우선 브레이크를 힘껏 밟아 엔진의 동력을 최대한 멈춰야 한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멈추지 않는다면 기어를 ‘중립’(N) 상태로 바꿔 바퀴에 전달되는 동력을 차단해 속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차를 멈추려고 기어를 ‘주차’(P)로 바꾸면 스티어링휠 조종이 어렵고 자동차가 중심을 잃고 회전하거나 움직임이 불안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줄지 않는다면 벽이나 가드레일 등에 차를 충돌시키거나 사이드 브레이크를 단계적으로 올리며 속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대처법이 될 수 있다. 이후 자동차가 완전히 멈췄다면 안전한 위치인지 확인한 후 시동을 꺼야 한다.
버튼식 기어로 된 차량은 대부분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EPB)가 탑재돼 있는 만큼 EPB를 쓰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PB는 기존 사이드브레이크나 페달 방식의 기계식 주차브레이크를 전자식 버튼으로 대체한 것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출고된 차량에는 대부분 장착돼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15개 제조사의 364개 차종에 EPB가 탑재돼 있다. 공단 측이 지난해 실시한 ‘주행 및 제동 시험’에서는 시속 100㎞ 이상에서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은 경우 EPB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차량이 완전히 멈추거나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운전자들이 카메라나 센서를 활용해 충돌이 예견될 때 차량 스스로 속도를 줄이거나 멈춰 서도록 하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사전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규칙 개정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초소형 자동차와 경형 승합차를 제외한 자동차에 AEBS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이전에 출시된 자동차에는 해당 장치가 없는 사례가 많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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