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법인데 '답' 없는 전세사기 특별법 [추적+]

최아름 기자 2024. 7. 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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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거부권에 막혔던 전세사기특별법
손봐서 내놓을 조항도 적지 않아
공동담보 조항 수정 필요한 데다
세입자 인정 못 받는 신탁사기
금융지원 명시됐지만 실현 어려워
이번에는 국회 통과할 수 있을까

21대 국회를 통과했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혔다. 신탁사기 피해자를 위한 방안이나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모두 사라졌다. 여당과 야당 모두 22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빈틈이 숱하다.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었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대통령 재의요구권에 막혀 현실화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전세사기를 당한 임차인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를 넘기고 있다. 단순히 돈만 잃은 게 아니다. 이들은 경매가 진행되거나 건물의 권리관계가 바뀌면 당장이라도 집을 나가야 한다. 전 재산을 전세보증금에 쏟아부었는데 돌려받을 길도 거의 없다. 과거부터 모아온 돈뿐만 아니라 현재의 집과 미래의 삶까지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관련법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21대 국회가 문을 닫기 직전인 5월 28일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 개정안엔 선구제 후회수뿐만 아니라 신탁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위한 법까지 포함돼 있었다.

거부권을 행사한 정부는 5월 27일 다른 방식의 전세사기 대응책을 내놨다. 공공이 나서서 채권을 매수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식 대신 경매 차익을 전세사기피해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해결책도 아직까지 '입법화'하지 못했다. 국토부는 국회와의 논의를 통해 법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란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는 사이 22대 국회에서 또다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내놨다. 4일 기준 총 4건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번에도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안이나 국회안이나 보완해야 할 게 숱하단 거다. 크게 세가지 문제를 살펴봤다.

■ 문제➊ 공동담보 = 수원과 부산에서 발생한 어느 전세사기사건의 예를 들어보자. 이 사건은 공동담보로 묶여있다. 공동담보는 대출금을 늘리는 수단 중 하나다. 대출자는 공동담보를 제공하고 더 많은 돈을 빌린다. 다만, 공동담보 주택에 입주한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사진=뉴시스]

다른 주택이었다면 내가 살고 있는 주택 '1호'의 경매가 끝나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 공동담보는 담보물로 잡힌 모든 주택이 팔려야 한다. 여러 주택이 모두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배당도, 낙찰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공동담보 주택 중 하나를 낙찰받아도 나머지 담보물의 경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입찰자들도 굳이 공동담보물로 엮인 주택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전세사기를 해결하겠다는 정부든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내놓은 국회든 공동담보 문제를 해결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4건 중에도 '공동담보 건물의 선순위저당채권도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은 없다. [※참고: 선순위저당채권이란 전세보증금보다 먼저 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공공이 선순위저당채권을 매입해준다면 세입자는 주거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LH가 건물을 통매수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단비 부산전세사기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피해자 간담회에서 "LH가 (공동담보로 묶인) 건물을 통매수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주길 바란다"며 "경매가 끝나야 받을 수 있는 20년 분할상환도 순서를 바꿔 일정을 재조정해 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 문제➋ 금융지원 = 또다른 문제는 금융지원이다.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이나 개정안은 모두 금융지원을 약속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저리의 대환대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전세사기 피해자 중 한명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환대출을 받으려 했지만 집 근처(신촌)에 있는 어떤 은행에서도 대환대출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인천까지 가서야 대환대출이 가능했다"고 한탄했다. "5대 은행에 협조를 구했다"는 국토부의 발표를 현실에선 체감할 수 없었다는 거다.

이 문제는 전세사기가 처음으로 이슈화했던 2023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당시에도 대출 기간을 연장해 주거나 이자를 낮춰준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은행 창구에서 거절당했다는 증언이 속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시중은행에 대출을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가이드라인 등을 은행에 제시하고 있는 수준"이라며 주장의 톤을 낮춘 바 있다.

■ 문제➌ 매입임대 대상 =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LH의 매입임대 방안도 완벽하지 않았다. LH는 지난 5월 위반 건축물까지도 매입임대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H 관계자는 같은날 간담회에서 "공공주택특별법상 위반 건축물을 매입하는 덴 한계가 있다"며 "위반 건축물을 매입하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LH가 언급한 특별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자의 고통은 날로 깊어가는데, '법제화'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4건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그 미래를 장담하기조차 어렵다. 6개월마다 보완입법하겠다던 금배지들의 약속도 공염불이 된 지 오래다. 22대 국회는 21대 국회와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법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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