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기회사, 대형식품점에 달걀 ·우유와 나란히 총탄 자판기 운영
독립기념일에만 총격 사망 33명인데.. 사고 급증 우려
[몽고메리( 미 앨라배마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국의 탄약 제조사 아메리컨 라운드(AR)가 앨라배마주, 오클라호마주, 텍사스주의 식료품점에 총탄의 전자판매기를 설치, 고객들이 우유, 달걀을 사면서 총탄도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R사는 이 기계를 태블릿 PC형태의 키오스크로 설치해 구매자들이 쉽고 신속하게 총탄을 살 수 있게 했으며 구매시 신분증이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나이를 식별할 수 있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총기반대와 규제를 위한 활동가들은 자판기에서까지 총탄을 팔게되면 결국 미국 내 총격 사건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번 7월 4일 독립기념일 하루에만도 전국에서 33명이 총기 사건으로 살해당한 상황에서 총탄 자판기의 등장은 사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판매 회사 측은 이 자판기의 연령 증명 기술이 보통 구매자의 나이를 확인할 수 없는 인터넷 판매보다 훨씬 확실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또 총기상점 등 소매상에서도 가게를 터는 절도 사건 등으로 총탄이 쉽게 유출될 수 있는데 비하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그랜트 메이저스 AR사 대표(CEO)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알아야 할 것을 시간을 들여서 알려준 분들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헌법 수정2조( 총기소지)의 강력한 지지자이지만 총기 소지에 대한 책임을 잘 알고 있으며 사회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총기와 무기 판매 방식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과 유에스에이 투데이, 노스이스턴 대학교가 공동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24년초부터 지금까지 총기 난사사건으로 숨진 사람은 15명이며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의 39명 보다 줄어든 숫자이다.
"총기 판매시 안면 인식 등 더 발전된 보안 규칙과 연령 조사, 연속 구매 여부에 대한 추적 방식 등으로 총기 상점의 안전 의식과 검증 방식이 개선되긴 했지만 아이들 우유를 사는 곳에서 총탄을 파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총기안전운동 단체인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 Everytown for Gun Safety )의 닉 서플리나 법률 정책 담당 부사장은 말했다.
"미국 처럼 총기와 탄약이 넘쳐나고 아이들의 사망 원인중 총격사건이 선두에 있는 나라에서는 총기 판매나 총탄의 판촉활동이 정상화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AR사의 메이저스 대표는 2023년 부터 대형 식품점과 마트들이 총탄의 자판기 도입을 위해 자기회사에 접촉을 해왔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는 앨러배마에 1대, 오클라호마주에 4대, 텍사스에 1대의 자판기를 설치했으며 앞으로 몇 주일 내에 텍사스주와 콜로라도주에도 1대씩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람들은 식품점에서 탄약을 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월마트하고 뭐가 다르냐고 설명을 한다"고 메이저스 사장은 말했다.
미 연방법에는 엽총과 소총의 탄환은 18세 이상, 권총의 탄환은 21세 이상이라야 살 수 있다. 메이저스는 자기 회사의 자판기는 구매자를 최소 21세 이상으로 한정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 자판기는 손님이 자기 운전면허증을 스캔해서 21세 이상임을 증명해야 하며, 그 면허증이 진짜인지도 함께 검색된다. 그런 다음 안면 인식 스캔으로 그 면허증의 주인이 손님이라고 일치되어야 탄약이 나온다고 메이저스는 설명했다.
그 과정은 일단 기계에 익숙해 지면 구매 신청에서 탄약을 받기까지 불과 1분 30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탄환 자판기는 총탄을 파는 소매상점과 인터넷 판매에 이어서 출현한 최신의 판매 방식이다. 현재 탄환의 인터넷 판매는 고객의 연령 확인이 필요한데도 이를 거치지 않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2018년 텍사스주 고교 총기난사 사건으로 숨진 학생들의 가족들은 지난 해에 한 인터넷 총기 판매업자를 고발했다. 당시 17세의 총격범이 연령 확인 없이 인터넷 업자에게서 총탄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자판기 총탄 판매는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며,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에서는 마약류를 파는 자판기 키오스크 설치를 위해 판촉활동을 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또 펜실베이니아의 한 경찰관은 12년전에 한 사설 총기 클럽의 사격장에 고객들 편의를 위해 총탄 자동판매기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그 기계들은 연령 확인 장치가 없었지만, 그 장소 자체가 미성년자가 출입 금지된 곳이어서 법적으로는 상관이 없었다고 매스터 암모 클럽의 주인 샘 피치니니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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