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 사러 책방 간다

신재우 기자 2024. 7. 10. 09: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굿즈 받으려고 책 샀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1000∼2000원의 저가 사은품으로 시작했던 출판사들의 굿즈는 독자들을 불러모으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완성도 있고 실용적인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마음으로 굿즈를 기획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각종 스티커와 책갈피 등 대형 출판사와 중소형 출판사들의 '굿즈 열전'이 펼쳐진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출판사 굿즈는 바로 문학동네와 민음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출판·서점가, 독자 발길 붙잡는 ‘기획상품’ 경쟁
힙한 브랜드 협업 ‘티셔츠’ ‘북커버’ 순식간에 품절
책보다 비싼 3만~5만원대… “비싸도 실용 제품 기획”
본질 어긋난다 지적엔 “독서문화 확장하는 수단일뿐”
문학동네·트락타트 협업 티셔츠. 문학동네 제공

“굿즈 받으려고 책 샀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1000∼2000원의 저가 사은품으로 시작했던 출판사들의 굿즈는 독자들을 불러모으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고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완성도 있고 실용적인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마음으로 굿즈를 기획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최근 방문한 국내 최대의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관람객이 전한 말은 최근의 열풍을 요약한다. “책이 아닌 굿즈를 사려고 방문했어요.”

최근 서점가에서 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독서대, 북커버 등 굿즈 경쟁이 치열하다. 예스24 제공

지난달 30일 1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기록하면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이 굿즈 열풍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지난해 작은 돌멩이에 눈을 붙인 ‘반려돌’을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에게 나눠줬던 ?다 출판사는 올해 다시 한 번 같은 이벤트를 통해 독자들을 끌어모았다. ?다 출판사의 김현우 대표는 “지난해 워낙 인기가 많았던 만큼 올해 다시 가져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굿즈에 대한 반응을 전했다. 이 외에도 각종 스티커와 책갈피 등 대형 출판사와 중소형 출판사들의 ‘굿즈 열전’이 펼쳐진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출판사 굿즈는 바로 문학동네와 민음사다. 이들 출판사는 이번 도서전을 위해 각각 트락타트와 하을이라는 브랜드와 협업해 티셔츠와 북커버를 선보였다.

화려한 그래픽과 문구 가운데 배치된 인물 사진. 마치 유명 록밴드 티셔츠를 연상케 하지만 이는 조지 오웰, 톨스토이, 제인 오스틴 등 세계문학의 대문호들로 만든 문학동네와 트락타트의 굿즈다. 숲을 연상케 하는 녹색에 물결 무늬의 디자인으로 인테리어 소품 같은 북커버도 역시 민음사와 하을의 작품이다.문학동네 측은 이번 도서전을 위해 준비한 약 100장의 현장 재고를 모두 소진했고 민음사는 주말 이틀간 20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제품이 오픈런을 유발하며 순식간에 ‘품절’됐다. 특히 이들 대형 출판사가 이번 도서전에서 선보인 굿즈는 20·30세대가 기존에 좋아하던 브랜드와 함께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셔츠를 기획한 김예진 문학동네 마케터는 “소수라도 취향이 확실한 고객들이 찾는 브랜드와 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야 출판사 입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해당 브랜드만 아는 고객이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문학동네의 세계문학 전집이 있고 이런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고 노출할 기회가 생긴다”고 밝혔다.

민음사·하을 협업 북커버를 비롯해 출판계에서는 브랜드와 협업한 굿즈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민음사, 예스24 제공

최근 출판사에서 공을 들이는 굿즈들의 특징은 가격이 책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북커버의 경우 3만3000원, 티셔츠는 5만4000원이라는 고가에 판매됐다. 이는 과거 책과 동봉되는 키링, 책갈피의 경우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정가의 15% 이내의 가격을 유지해야 했던 상황과 대비된다. 북커버 협업을 총괄한 조아란 민음사 마케팅부장은 “저가 굿즈가 많아진 시장에서 이제는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완성도 있고 쓸모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면서 “최근에는 대형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먼저 오기도 하는데 이 또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책이 아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출판사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들은 “제작 단가가 높아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점과 “일회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으면서 “어디까지나 책에 다가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선을 긋는다. 조아란 부장은 이에 대해 “꼭 책과 관련된 상품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굿즈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넓게 본다면 이 또한 독서 문화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