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돋보였던 '잇몸'…롯데와 KIA의 '잇몸'은 얼마나 강했나 [스프]

이성훈 기자 2024. 7. 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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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프로야구에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시즌 시작 전에 구단이 짠 전력 구상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전으로 낙점됐던 누군가는 부상과 부진에 빠진다. 기존 주전의 공백은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가 된다. 부상과 부진을 완벽하게 피해가는 팀은 없다. 그래서 선수층, 이른바 '뎁스'는 팀 성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변수 중 하나다. 주전의 부상과 부진을 후보들이 어느 정도 메우면서, 혹은 더 나은 실력으로 기존 주전을 위협하고 자리를 빼앗는 과정에서, 팀이 강해진다.

주전과 후보를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일부 '붙박이'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입지가 유동적이다. 하지만 KBO리그에는 각 팀이 시즌 초반에 누구를 주전으로 생각했는지 알 수 있는 단서가 있다.

지난 5월 8일까지 각 팀은 '올스타 후보' 명단을 KBO에 제출했다. 선발-중간-마무리투수, 그리고 야수 9명까지 포지션별 최고 선수 12명씩을 제출했다. 이들 중 야수 9명은 그 시점까지 각 팀이 '주전'이라고 평가했던 선수이다. 반대로 올스타 후보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그 시점까지 각 팀이 '벤치 요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올스타 후보에 포함되지 않았던 야수들의 활약을 계산해 보면, 각 팀이 시즌 초반에 '이가 아닌 잇몸'으로 생각했던 야수들의 기여도를 짐작할 수 있다. 즉, '야수진 뎁스'의 양과 질을 추정할 수 있다.
 

1. 롯데, '비 올스타 후보 타석 1위'

롯데 김태형 감독은 시즌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시즌 전 주전으로 점찍었던 야수들이 4월에 집단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고, 시즌 내내 부상 악령이 팀을 괴롭혔다. 롯데의 포지션별 최다 출전 야수 9명(유강남/나승엽/고승민/손호영/박승욱/레이예스/황성빈/윤동희/전준우)이 모두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는? 놀랍게도 단 한 경기도 없다.

그래서 롯데는 올 시즌 현재까지 '잇몸 의존도'가 가장 높은 팀이다.


'올스타 후보'에 포함되지 않은 롯데 야수들은 올 시즌 1,100타석에 들어섰다. 위 표에서 보듯 10개 구단 중, '비 올스타 후보 야수'가 1,000타석 넘게 소화한 팀은 롯데밖에 없다. 박승욱과 정훈, 최항, 이학주가 100타석을 넘겼고, 지난해 주전급으로 활약한 김민석과 노진혁이 70타석 이상씩 들어섰다. 이들이 창출한 RC*는 124.5. 당연히 10개 구단 중 1위다. 롯데의 팀 득점이 443점이니까, 대략 팀 공격력의 28%를 '잇몸'이 책임진 것이다.

*RC : Run Created 혹은 '득점 창출'. 각 플레이의 '득점 가치'를 모두 더해, 해당 선수 혹은 팀이 창출한 공격 기여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의 시즌 RC가 10이라면, 그 선수는 10점 정도의 '공격 기여'를 한 것이다. wRC+, WAR 등 요즘 많이 쓰는 '2차 스탯'들의 할아버지 격인 RC는 지금도 꽤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개별 타자들의 RC를 모두 합치면, 팀의 총득점과 비슷해진다.

현재 롯데의 팀 득점은 5위, 팀 OPS(0.775)는 3위다. 하지만 KBO리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롯데 타선을 '리그 최고 수준'으로 느낀다. 당연한 일이다. '올스타 후보', 즉 '시즌 초반 주전'들의 OPS만 보면, 롯데는 KIA를 근소하게 제치고 리그 1위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올스타 후보 3루수였던 한동희가 전력에서 이탈했고, OPS 0.733으로 (200타석 이상) 유격수 중 3위인 박승욱이 새로 주전 자리를 꿰찬 것까지 감안하면, 롯데의 '주전 공격력'은 위 표의 숫자보다 조금 더 강해진다. 즉 '완전체 타선'의 파괴력은 롯데가 최고일 가능성이 높다.
 

2. KIA '잇몸 성능' 1위

위에 설명한 것처럼, 전반기에 KIA는 '주전 공격력'은 롯데에 살짝 뒤졌다. 소크라테스와 나성범이 오랫동안 지난해의 위력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KIA가 팀 득점과 OPS 등 대부분의 팀 공격 지표에서 1위에 오른 이유는? '어지간한 이만큼 강력했던 잇몸' 때문이다.


KIA의 '비 올스타 야수진'이 기록한 OPS는 0.770. 리그 전체 평균 OPS 0.767보다 조금 높다. 즉, 기아의 '잇몸'은 리그의 '평균 야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공격력을 뽐낸 것이다. 시즌 초반 후보였던 한준수가 기존 주전 김태군보다 월등한 공격력으로 출전 시간을 추월하고, 서건창과 이창진, 홍종표가 웬만한 다른 팀들의 '이보다 나은 잇몸'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결과다.
 

3. LG와 NC, '높은 주전 의존도'의 의미는?

롯데와는 반대로, 시즌 초반의 야수진에 균열이 덜 간 팀도 있다. LG와 NC가 대표적이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그대로인 LG의 '올스타 후보' 야수들은 2,857타석에 들어섰다. 롯데의 주전들보다 무려 915타석이 많다. 유격수 오지환을 제외하면 대부분 장기 부상 없이 제 위치를 지켰다. 오지환의 빈자리를 메운 구본혁, 백업 포수와 1루수, 대타 요원으로 활약한 김범석을 제외하면 100타석을 넘긴 '비 올스타 후보 야수'가 없다. 즉, LG는 이가 튼튼해서 잇몸으로 버틸 일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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