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위대 창설 70년...성추행·갑질에 흔들리는 방위력 [핫이슈]

2024. 7. 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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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작전사령부 신설하고
사이버방위대 강화하지만
성추행·직장 갑질·저출산에
채용률 50.8% ‘최저’ 하락
일본 방위성의 직장내 갑질 예방주간 포스터
“자위대가 아무리 첨단 장비를 조달해도 운용 인력 없이는 국방력을 발휘할 수 없다.”

지난해 일본 방위성 전문가 패널들은 ‘자위대 개혁 보고서’에서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젊은 세대의 자위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병제인 일본은 지원 병력 없이는 제대로 군을 운용할 수도 없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도 차질이 예상된다.

통합작전사령부 신설하고...군 강화하고 싶지만
지난 8일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가운데)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왼쪽)과 길버트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오른쪽)이 양국의 상호 파병을 쉽게 하는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위대는 1954년 자위대법에 따라 창설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다.

러시아와 중국·북한의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해양과 우주·사이버 공간에서 역할을 키워나가고 있다. 하지만 외부의 특정 국가보다 ‘노동력(인력) 부족이 앞으로 가장 큰 적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일본은 올해 말까지 육군, 해군, 공군 자위대를 중앙에서 지휘할 240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합동작전사령부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오키나와에 주둔해 있는 육상자위대 제15여단은 중국의 남하에 대비해 사단으로 최근 격상됐다. 이외 지상자위대가 참여하는 해상수송부대 창설과 항공자위대 우주작전단의 위성작전, 사이버방위대 강화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대응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해양과 우주·사이버 공간에서 전방위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실탄 사격을 포함해 필리핀과 합동 훈련에 일본 자위대를 파견하는 내용의 ‘상호접근 협정’이 체결되기도 했다. 필리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점령을 받았지만 중국의 해상 남하에 맞서기 위해 일본과 동맹을 구축한 것이다. 일본은 또 북한의 미사일에 대비해 한국·미국과 연합훈련을 늘리고 병력 배치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해외 파견과 자국 방위,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려면 적정 수준의 인력 동원이 꼭 필요하다. 국방력은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작 병력은 정원에 미치지 못해 기지 축소 등 재배치도 검토되는 상황이다.

갑질 파문 확산에...‘투 스타’ 장성이 중령으로 강등도
지난 2022년 전직 여성 자위대 장교(당시 24세)가 부대에서 근무하는 동안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히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방위성이 24만여 명의 자위대 대원 모두에게 군내 성희롱·갑질에 대해 ‘특별 사찰’을 실시할 정도로 스캔들이 확대됐다. 3개월간 조사에서 피해가 신고된 1325건 중 1273건의 사건 실체가 확인됐다.

괴롭힘 유형별로 직위를 악용한 ‘파워하라’가 115명, 성희롱 30명, 파워하라와 성희롱을 함께 저지른 6명도 있었다. 또 92명은 부하 직원의 괴롭힘을 알고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아 규율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가해자 중 해고 2명, 강등 4명, 정직 67명, 급여 삭감 34명, 견책 22명 등 총 245명을 처분 조치했다.

육상자위대는 남성 자위대 2명을 해고했는데, 50대 중장은 ‘권력 괴롭힘’ (파워하라)을 이유로 대령으로 2계급 강등시켰다.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육상 자위대원이 강등된 첫 사례다.

계급이 강등된 장교는 아오모리시에 주둔한 제9사단 부사단장이었다. 그는 소속 부대 부하들에게 여러 차례 욕설을 내뱉는 등 다양한 파워하라를 저질렀다. 부하 직원 5명이 정신질환으로 휴직할 정도였다.

그는 수사관들에게 “자신의 부대와 대원들의 능력을 향상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논란 이후에도 젊은 대원이 총격 사건에 연루되거나 방위산업체에서 향응 접대, 부자격자의 비밀 취급 등 자위대의 기강 해이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자위대 채용률 역대 최저 ...신병확보 갈수록 어려워질 듯
지난 5월 자위대가 실시한 일본 내 최대 규모의 화력 훈련인 후지종합화력연습에서 전차가 화염을 내뿜고 있다. 연합뉴스
성희롱·파워하라 논란 이후 자위대는 이미지 개선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무엇보다 조직내 괴롭힘 근절을 연일 강조하며 ‘괴롭힘 예방주간’까지 신설했다.

전국 각지에 주둔한 자위대는 대국민 교류 행사를 한해 600여건을 개최했다. 졸업예정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자위대의 근로 조건과 분위기, 신병이 군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제도 등 모집과 홍보 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또 해상자위대는 선박을 대중에게 전시하고, 육상자위대는 부대 내 가이드 투어도 실시했다.

병영 내 개인실과 수세식 변기를 도입하는 등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해상자위대는 함정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위성통신 시스템 ‘스타링크(Starlink)’에 접속해 젊은 대원의 스마트폰 활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최근 자위대 채용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일본 방위성은 2023년도 자위대 모집 정원 대비 채용자 비율이 50.8%에 그쳤다고 밝혔다. 1만 9598명의 병력을 뽑을 계획이었으나, 실제 채용자 수는 9959명에 불과했다.

현재 자위대 전체 정원은 24만7000명인데, 2만 여명가량이 부족한 상태다. 장교·부사관보다 MZ세대 일반 사병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일본 출생아 수는 73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0년대 연간 20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앞으로도 출산율이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자위대의 신병 확보도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안보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저출산이 동북아 안보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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