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對러 군사지원 경계하는 서방…"나토 정상회의 주요 안건"

백악관 "러시아, 북한·중국·이란 등 지원 받아 우크라이나 공격"
미 국방부, 北 군사교육 대표단 파견에도 우려 표명 "계속 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현지시간) 평양 모란관 영빈관에서 열린 만찬서 건배를 하고 있다. 2024.06.2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우크라이나 아동병원 등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하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은 기자단에 러시아가 북한, 중국, 이란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을 두 배로 늘리고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이번 정상회의의 최우선 안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19일 한쪽이 침공을 받으면 다른 한쪽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은 바 있다.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파트너(IP4) 국가 정상들은 비회원국 자격으로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됐는데,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을 비롯해 중국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 등 러시아와 그 주변국 간 점증하고 있는 군사적 협력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국 아메리칸대학의 개럿 마틴 교수는 8일 본교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초청된 점을 언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10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지난달 19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고 군사협력을 강화한 북한과 러시아에 우려를 표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부관리들이 참석하는 별도 회의를 할 것"이라며 "이들은 모두 첨단 방위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방위 산업 역량 개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외교 전문가들 역시 북한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안보가 주요 현안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이날 RFA에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수품 및 무기 수출 규모,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할 상호 군사기술 등을 평가하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오흐마디트 어린이 병원 피습 현장에서 구조요원들이잔해를 치우며 피해자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도 키이우 소재 오흐마디트 병원은 우크라이나 최대 국립 아동전문 병원이다. 2024.07.08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미 연구기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전문가들은 지난 2일 가진 나토 정상회의 전망 논의에서 북한과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과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십(동반자 협력)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북러 간 군사적 협력 강화와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압박은 이번 회의에서 오히려 한국과 나토 회원국들을 더욱 가깝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담에서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의 지원 대가로 무엇을 제공하는지와 그것이 갖는 인도·태평양 및 세계 다른 지역에서의 영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중국이나 북한, 이란이 러시아를 공짜로 도와준다고 예상해선 안 된다"면서 "러시아는 이란, 중국, 북한의 도움을 받아 냉전 이래 가장 큰 국방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방부는 이날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교육 대표단을 파견한 것과 관련해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간 관계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상당히 오랫동안 이야기해 왔다"라면서 "우리가 계속 주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더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공범'이 될 의향이 있는 파트너를 찾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점도 상기했다고 VOA는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금철 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선인민군 군사교육일군(간부) 대표단이 러시아 방문을 위해 8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 고위 관계자가 러시아를 찾은 것은 지난달 북러 간 조약 체결 이후 처음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 ⓒ AFP=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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