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판 값 오르고 양수 효력까지 단축…개인 택시가 더 빨리 늙는 이유[취재메타]

4월부터 양수 유효기간 3년→1년 급격히 단축
“퇴직금 목돈 없는 4050은 진입 더 힘들어져”
서울시 개인택시 기사 열에 아홉은 60대 이상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택시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보행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70대의 고령 기사로 조사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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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3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70대 택시기사가 응급의료센터로 돌진해 보행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나흘 뒤인 지난 7일에도 또 다른 70대 택시기사가 용산구 이촌동의 한 도로에서 앞 차량을 들이받아 4대가 연쇄추돌, 2명이 부상을 당했다. 최근 잇따른 교통사고가 공교롭게도 모두 70대 기사가 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택시업계의 심각한 고령화 추세가 주목되고 있다.

1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 택시기사 가운데 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비중은 절반에 육박한다. 특히 서울시의 개인택시 기사 중 40대 이하는 전체의 8.9% 뿐이며 최고령 기사는 무려 9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택시 기사들의 고령화 속도는 법인 택시 기사들에 비해서도 더 빠르다.

개인 택시 업계에선 지난 4월부터 시행된 ‘면허 양수 기간 단축’ 제도가 개인택시 운전 기사들의 고령화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개인택시 면허 가격도 고령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강제 운행 중지를 명한 ‘부제 해제’는 개인들끼리 사고 파는 면허의 가격을 높여, 젊은 개인택시 기사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동한다는 해석이다.

면허 양수 유효 기간이 짧아진 것과 개인택시의 고령화가 가속화 되는 인과관계는 이렇다. 우선 개인택시를 몰려면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에서 4박5일간 40시간의 교통안전교육(일명 양수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하면 양수 유효기간 안에 택시면허를 구매해야 한다. 그런데 양수 유효 기간은 기존에는 3년이었지만 지난 4월1일부터 1년으로 줄어들었다.

공단은 양수 유효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 취지를 “당장 개인택시 양수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양수교육을 신청하는 바람에 교육 예약 경쟁이 심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예약 경쟁은 여전히 극심하다. 일부에선 이를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터 같은 티켓팅)이라고도 부른다.

면허 양수 유효기간이 1년으로 짧아지면서 뜻하지 않은 부작용만 생겼다는 지적이다. 택시기사로 직업을 전환하려는 40대·50대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 시한이 촉박해지면서 퇴직금 목돈을 쥔 60대 이상에 밀린다는 불평이 나온다.

대전에서 개인택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40대 A씨는 “1년 안에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해야 하니 자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해졌다”며 “기존에는 3년 동안 시험 효력이 제공되니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당장 목돈을 쥐고 있지 않고서는 개인택시를 하기 어렵게 됐다. 1년 지나면 다시 ‘피켓팅’을 해서 교육부터 들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대전 개인택시 번호판 가격이 1월께 1억원에서 7월 현재 1억2500만원까지 말도 안되게 올랐고, 실제 주변에서 개인택시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60대, 70대의 은퇴한 노인들이더라”고 전했다.

대한운수면허협회와 남바원택시 등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사업면허(번호판)의 서울 시세는 1억1100만원, 인천은 1억2500만원, 대전은 1억2500만원, 광주 1억3500만원, 제주 1억6000만원, 세종 2억2000만원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 지난 1월 시세가 1억원이 안되는 9000만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만에 2000만원, 약 20% 가격 상승한 셈이다.

개인택시 면허 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부제 해제를 꼽는다. 지난 2022년 말께 3부제(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제도)가 해제되면서 언제든지 자기가 원할 때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택시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본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개인택시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데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면허판 갯수)은 그대로다 보니 가격이 점점 상승한다. 먹을 것이 많은 시장에는 중간 수수료를 취하려는 매매 브로커들도 모여든다.

지방에서 개인택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50대 B씨는 “매매브로커들이 담합해서 가격을 자기들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은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이야기”라며 “정부는 시장 논리라면서 계속 방관했다간 택시 판에 젊은 기사들은 자취를 감추고 모두 노인들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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