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변압기 슈퍼사이클…'전력 3대장' 선제대응 나선다
3사 수주잔고 3개월만 1.8조 늘어…"5년 치 일감 이미 두둑"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로 변압기 슈퍼사이클이 도래한 가운데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주요 3사가 생산력 확대를 위한 증설에 나서고 있다. 변압기 수출액 규모가 전년 대비 급증하는 추세인 데다 북미 및 유럽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급계약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선제 투자를 통해 쏟아지는 발주에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변압기 수출액 전년 대비 80% 이상 늘었다
10일 각사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들 3사는 설비투자(유형자산취득·CAPEX)에 총 722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 동기 대비 76.5% 늘어난 규모다.
해당 기간 투자 규모로 살폈을 때, HD현대일렉트릭이 32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LS일렉트릭 297억원 △효성중공업 100억원 등 순이었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크게 늘리며 눈길을 끌었고, 경쟁사 대비 CAPEX에 보수적 기조를 보여온 효성중공업도 올 1분기 생산시설 확대에 공을 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간 매출 4조3006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을 거둔 반면 CAPEX에 322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5%, 80.0% 상승했음에도 CAPEX 규모를 65.7% 낮춰잡은 것이다.
올해 들어 3사 모두 생산시설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까닭은 인공지능(AI)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AI 반도체 훈풍에 반도체 신규공장이 설립되고, AI 데이터센터가 증가하면서 전기장비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전기 소비량이 20배 높은 AI 데이터센터에선 초고압 변압기가 필수로 꼽힌다.
이에 변압기와 전선 등을 만드는 국내 기업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변압기 수출액은 5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했다. 특히 변압기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이 50%에 달했다. 미국 대형 변압기의 70%가량이 설치 수명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올해 실적 청신호…증설 마무리 후 장기 성장 가능성도
전력 시장 성장세는 3사의 수주잔고로도 나타난다.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5조3775억원에서 올해 1분기 6조4972억원으로 늘었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고객사들이 2027~2028년까지 납기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고객과는 2030년까지 공급계약을 협의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같은 기간 효성중공업(전력기기 부문)은 3조7184억원에서 4조1186억원으로, LS일렉트릭도 2조3261억원에서 2조5866억원으로 늘었다.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3사는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우선 HD현대일렉트릭은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변압기 공장에 각각 272억원과 180억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약 20%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 총 2200억원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부산사업장에 800억원을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을 2배 늘리기로 했다. 공장 증설 완료 시점은 내년 9월까지다. 이를 통해 현재 연간 2000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내년 10월부터 연 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 중소 변압기 업체 KOC전기 지분 51% 인수에 600억원을 투입, KOC전기의 증설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KOC 증설(500억원→1000억원)까지 완료되면 내년 말께 LS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중공업도 해외 수주를 늘리기 위해 미국 멤피스 및 경남 창원에 있는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총 투자자금은 1000억원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현재 대비 40% 이상 늘어난다.
전력기기 확장 사이클에 기반, 실적 전망도 밝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으로 △HD현대일렉트릭 5323억원 △효성중공업 3659억원 △LS일렉트릭 3569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8.9%, 41.9%, 9.8% 증가한 수준이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전력기기 사이클이 여전히 확장국면에 있다"며 "2022년 이후부터 미국 신규공장 건설이 늘면서 전력기기 주문도 증가, 제조업자들의 전력기기 주문을 나타내는 지표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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