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첨단 패키징에 2조 보조금...'반도체 특수'에 들뜬 세미콘 웨스트
뉴욕주도 부스 차리고 홍보 나서
韓 기업 60곳, 국가별로는 2위
“미 정부는 향후 첨단 패키징(Advanced Packaging) 분야에 최대 16억 달러(약 2조 2000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세미콘 웨스트 2024′ 키노트 연사로 등장한 로리 로카시오 미 상무부 표준기술 차관은 “첨단 패키징은 고성능 컴퓨팅과 인공지능(AI) 분야의 리더십을 유지하게 하는 관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첨단 패키징 생산 프로그램(NAPMP)이 명시한 장비·전력공급·광자공학 등 5개 주요 후공정 연구개발(R&D) 분야에 해당하는 기업들을 선정해 프로젝트당 최소 1억 5000만 달러(약 2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가 ‘반도체법’으로 확보한 2800억 달러(약 380조원)의 보조금 총액의 특정 일부를 첨단 패키징 R&D 분야에만 쓰겠다고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상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첨단 패키징 분야는 어느때보다 수요가 높아졌다”며 “R&D로 혁신을 주도해 미국이 세계 패키징 산업을 선도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특수’ 기대감 커져
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반도체법’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의 지급 계약을 대부분 마무리 지었다. 그런 가운데 열린 북미 최대 반도체 소재·장비 전시회인 ‘세미콘 웨스트 2024′에선 이 같은 ‘반도체 특수’에 대한 기대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세미콘 웨스트에는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온 640여개의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부스를 마련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조금 지급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지난해(570여개)에 비해서도 10%가 늘어난 것이다. 이날 현장에는 아침부터 입장 비표를 받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졌다. 주최 측은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행사에 3만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국 뉴욕주의 부스였다. 모스콘 센서 사우스 홀 정중앙에 위치한 이 부스에선 뉴욕주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나와 지역 보조금을 홍보하고 있었다. 뉴욕주는 마이크론·IBM 등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며 미국 내 ‘반도체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142조원에 달하는 공장 건설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오논다가 카운티주의 알렉시스 로드리게즈 경제 개발부 스페셜리스트는 “마이크론 부지 바로 앞을 또하나의 거대 반도체 공급망 단지로 구축중”이라며 “대만의 반도체 장비 업체들과 따로 미팅을 가지며 주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설명했다”고 했다.
이번 행사의 스폰서이기도 한 도쿄일렉트론(TEL) 역시 대형 부스를 차리고 고객사를 맞았다. TEI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기술 체험을 제공하기도 했다. 홀로렌즈를 실제로 착용해보니, 반도체 장비를 보수·유지하는데 필요한 절차가 눈 앞에 펼쳐졌다. 초보자라도 쉽게 공정을 따라할 수 있고, 실수할 확률을 최소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TEL 관계자는 “미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이 지어지는 만큼 장비 업체들의 경쟁도 세졌다”라며 “우리가 그들의 공장에서 설비 유지·보수 공사를 할 때 얼마나 빈틈 없이 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런 체험존을 꾸렸다”고 했다.
현장에는 반도체 장비 업체뿐만 아닌 UPS, DHL같은 운송업체들의 부스도 보였다. 스콧 앨리슨 DHL 공급망 담당자는 “건설 공사가 늘어나며 장비 운송 사업 분야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며 “반도체 공장에서 단 20마일 떨어진 곳에 부품 창고를 세우고, 보수유지가 필요할때마다 4시간 안에 긴급 전달하는 업무도 확장중”이라고 했다. UPS는 자사 물류센터에서 사용하는 배송 로봇을 전시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도 ‘아메리칸 드림’ 노려
이날 전시관 한켠에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원하는 한국관이 세워지기도 했다. 한국관을 포함해 이번 행사에 부스를 연 한국 기업은 60곳으로, 지난해 비해 20%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미국(377개사)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반도체 금속 박막에 필요한 소재를 만드는 레이크머티리얼즈의 김진동 대표는 “삼성전자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테일러 공장 건설을 계기로 미국 진출의 기회를 갖게 됐다”며 “반도체 뿐 아니라 배터리 등 미국에서 일어나는 제조붐에 따른 수출 기회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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