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제치고 최고령 만루포' 40세 타격 장인이 기록의 사나이가 됐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마이데일리 = 잠실 심혜진 기자] KIA 타이거즈 최형우(41)가 또 하나의 최고령 기록을 쓰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최형우는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원정경기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 2득점 맹활약으로 팀의 11-4 승리를 이끌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물오른 타격감을 보였다. 팀이 1-0으로 앞선 1사 2루에서 LG 선발 케이시 켈리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려냈다. 약간 먹힌 타구였는데 중견수 오른쪽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운이 따랐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또 하나의 먹힌 타구를 쳤다. 이 타구는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에 떨어지면서 2루타가 됐다. 두 타석만에 멀티히트를 장식한 최형우다.
최형우의 방망이는 쉬지 않았다. 분노의 한 방을 때려냈다. 6회초 박찬호와 소크라테스의 연속 안타와 최원준의 진루타로 1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김도영. 여기서 LG는 김도영을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 작전을 썼다.
다음 타자가 바로 최형우였다. 좌완 이상영을 상대로 연거푸 스윙을 하며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하지만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5구째로 들어오는 125km 슬라이더를 받아쳐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했다. 개인 통산 9번째 만루포다.
이 홈런으로 최형우는 또다시 KBO리그에 새로운 역사를 남겼다. KBO리그 국내선수 역대 최고령 만루홈런 기록을 만들었다. 만 40세 6개월 23일에 터진 그랜드슬램이다. 종전은 2022년 9월 20일에 이대호(은퇴)가 기록한 만 40세 2개월 30일 만루포였다. 외국인 선수까지 합치면 2위다. 2006년 8월 31일 호세(전 롯데)가 기록한 만 41세 3개월 29일이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6월 19일 LG전 이후 11경기 만에 3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 만난 최형우는 "최고령 기록보다는 그 상황에서 쳤던 것이 너무 기분이 좋다. LG와 항상 힘든 게임을 했다. (달아나는) 점수를 내지 않으면 LG는 무조건 쫓아온다. 마침 이렇게 점수를 내는 홈런이어서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김도영을 거르고 자신을 상대한 것에 큰 감흥은 없다. 최형우는 "이제는 그런 게 아예 없다. 오래됐다. 아무 느낌 없다"면서 "1아웃이니깐 타점을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생각을 했다. 기분 좋게 타점 하나 올리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젊었을 때는 어이없었겠지만 지금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통산 최다 타점 기록 보유자인 최형우는 올해도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 이날 경기 포함해 총 78경기를 뛰었는데, 벌써 78타점을 마크했다. 경기당 1타점 페이스인 셈이다. 커리어하이인 2016년의 144타점도 도전해볼 만 하다.
최형우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 한다. 그는 "나는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다. 분명 안 좋을 시기가 있다. 이대로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은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게 내 목표다"고 담담히 이야기했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은 2위였던 삼성과 붙어 시리즈 스윕을 거둔 KIA는 후반기 첫 3연전을 2위 LG와 맞붙게 됐다. 이번에도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렇기 때문에 홈런을 치고 크게 기뻐했다.
최형우는 "2위 팀과 이기면 좋다. 분위기도 끌어올릴 수 있고, 여러가지로 오늘 승리는 참 좋았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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