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초과예약 받고 '일방 취소' 빈번…얌체 숙박업체 주의보

유영규 기자 2024. 7.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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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 모(45) 씨는 지난여름 자녀들의 방학을 맞아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숙소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숙소에서 초과예약(오버부킹)을 하는 바람에 빈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근에서 숙소를 찾지 못한 최 씨는 결국 가족들과 함께 차에서 숙박해야만 했습니다.

민 모(38) 씨는 지난 2022년 방탄소년단(BTS) 부산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일찌감치 예약한 숙소로부터 일방 취소를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민 씨는 "BTS 부산 공연이 화제가 되자 숙소 측에서 만실을 이유로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며 "5배 비싼 값을 치르고 다른 숙소를 구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숙박업체들이 오버부킹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방 취소사례가 국내 여행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숙박업체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오늘(10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숙박시설의 계약 불이행, 계약 해지, 청약 철회 등 '계약 관련' 문제로 피해구제를 받은 건수는 작년에 1천323건에 이릅니다.

올해 상반기 집계된 숙박시설 계약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706건으로 벌써 작년의 과반을 넘겼습니다.

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선 성수기 주말에 사업자 책임 사유로 계약을 사용 예정일 하루 전이나 당일 취소할 경우 손해배상을 해줄 것을 권고합니다.

사용 예정일의 7∼3일 전에는 계약금 환급에 더해 총요금의 20∼60%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 이런 기준이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업계는 지적했습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당일 취소를 한다고 해도 숙박업체는 받은 돈을 돌려주는 선에서 그친다"며 "소비자가 당일 취소하면 위약금을 무는 점 등과 비교하면 불합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오버부킹을 넘어 폭리를 취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BTS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무료 콘서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숙박업소가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가격을 10배 넘게 올려 다시 예약받는 사례가 발생해 문제가 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 때문에 한 국내 대형 OTA(온라인 여행사)는 불꽃축제 등 대형 이벤트 소식이 알려지면 고객 만족(CS) 조직에 제휴점 취소에 대한 비상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온라인여행사 관계자는 "제휴점에서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라 요금 추가 징수나 축제·행사 개최 등을 이유로 예약 취소를 요청하면 일단 취소를 보류하고, 가능한 예약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소비자가 숙박업체의 일방 취소로 피해를 봤을 때는 소비자원을 통해 분쟁조정을 시도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조정에 실패할 경우 민사소송이나 소액사건 심판 등을 별도로 진행해야 합니다.

국내 OTA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자체 구제방안을 마련한 상태이지만, 이 역시 동의한 숙박업체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야놀자는 숙박업체 사정으로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 숙박 대금 환급과 일정 금액 포인트를 추가 지급하는 야놀자케어를 운영 중입니다.

여기어때도 예약한 숙소와 비슷한 숙소를 제안하거나 쿠폰 보상을 해주는 '안심 예약제'를 동의 업소에 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경험을 한 여행객은 같은 여행지를 다시 찾지 않는다는 점에서 숙박업체 자정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숙소 측의 일방적 취소는 고객 신뢰도를 낮추고 국내 여행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쌓을 수밖에 없다"며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믿을 수 있는 여행 환경 조성을 위해 숙박업계 자정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매년 관광협회나 호텔업협회 등을 통해 과다인상 자제 등의 협조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적인 제재를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일단 업계 스스로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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