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에서 뉴진스의 '미래'를 엿보다

홍혜민 2024. 7.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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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지난달 일본 도쿄돔서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개최
양일간 9만1,000여 팬 운집...뉴진스표 음악+영리한 전략 통했다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에 쏠린 이목, 뉴진스 '입지 굳히기'에 방점
그룹 뉴진스 하니가 지난달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팬미팅에서 마츠다 세이코의 '푸른산호초' 무대를 펼치는 모습. 어도어 제공

그룹 뉴진스(New Jeans)가 영리한 전략으로 일본 시장을 단숨에 섭렵했다. 이들의 도쿄돔 팬미팅은 입성 자체만으로도 기념비적이었으나, 뉴진스는 단순히 'K팝 최단기 입성'의 의미에 만족하는 대신 이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데뷔 이후 국내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함은 물론, 해외 음악 시장에서도 빠르게 주목을 받았던 뉴진스는 이번 도쿄돔 팬미팅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뉴진스를 향한 일본 음악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일본 정식 데뷔와 맞물려 개최한 도쿄돔 팬미팅은 일본 시장의 '뉴진스 신드롬'에 제대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팬미팅이 끝난 지 열흘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일본 음악계는 뉴진스의 열기로 뜨겁다.

데뷔 이후 뉴진스가 기록한 가파른 성장세와 폭발적인 인기의 근간에 헤겔의 '정반합' 논리에 기반한 영민한 전략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팬미팅이 이토록 뜨거운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도 기존의 흐름을 뒤엎는 새롭고 과감한 시도들이 있었다.

첫 번째 '반'은 기존 K팝 가수들의 전형적인 팬미팅 구성을 깬 '콘서트 급' 구성이었다. 일반적으로 K팝 가수들의 팬미팅은 콘서트와 달리 무대보단 팬들과 가수들의 소통에 초점을 둔 게임이나 토크 코너 등의 비중이 높게 구성된다. 하지만 뉴진스는 게임 등 부대 코너를 대폭 줄이는 대신 20곡이 넘는 세트리스트를 공연 전반에 채워 넣는 변주를 택했다. '하입 보이' '디토' 'OMG' '슈퍼 샤이' 'ETA' 등 뉴진스의 히트곡 퍼레이드는 물론 일본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무대, 현지 정상급 세션들이 참여한 밴드 사운드로 채워진 무대들은 뉴진스와 현지 팬들의 깊은 음악적 소통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뉴진스만의 음악적 색깔과 지향점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두 번째 '반'은 관객들의 예상을 깬 뉴진스의 무대였다. 이번 팬미팅에서 뉴진스가 히트곡 메들리나 수록곡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팬들이 예상했던 바다. 이와 함께 팬미팅이라면 으레 공개되는 커버 무대 역시 일찌감치 팬들의 궁금증을 모아왔다. 하지만 이 커버 무대에서 뉴진스가 들고 나온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다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는 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 넘는 파격이었다. 보기 좋게 모두의 예상을 비켜간 멤버들의 솔로 무대는 또 한 번의 '뉴진스 신드롬' 발발이라는 결과('합')를 낳았다.

그 중에서도 하니가 선보인 '푸른 산호초' 무대는 단연 주목할 만하다. K팝 시장을 대표하는 그룹이자, Z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인 뉴진스의 멤버가 1980년대 일본 가요계를 풍미한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부를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하니가 팬미팅에서 마쓰다 세이코의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좀처럼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일본 최정상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국내 첫 팬미팅에서 강수지의 전성기 시절 모습을 재현하고 등장해 '보랏빛 향기'를 부른 상황 쯤으로 바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여기에 마쓰다 세이코가 일본의 최대 부흥기로 꼽히는 1980년대 '버블 시대'에 범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전사까지 더해 생각하면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가 얼마나 큰 의미와 파급력을 지녔는지 가늠된다. 동시에 이를 팬미팅 솔로 무대로 내세운 뉴진스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영리한 전략('푸른 산호초' 무대는 민 대표가 직접 선곡해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실제로 해당 무대는 공개 당시 도쿄돔을 발칵 뒤집은 데 이어 열도의 이목을 뉴진스에게 집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현지 언론도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대서특필하며 극찬을 쏟아냈다. 아사히 신문은 하니의 무대를 "80년대 아이돌의 에너지가 지금 시대에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대 영상은 누적 조회수 1,000만 회를 가뿐히 넘어서며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고, K팝에 무관심했던 중년 팬들까지 뉴진스의 신드롬에 흡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국내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해당 무대는 큰 화제를 모으며 폭발적인 바이럴 효과를 가져왔다. 기존의 흐름을 따른 팬미팅이었다면 결코 기대할 수 없었을 성과다.

뉴진스의 도쿄돔 팬미팅과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는 앞으로 뉴진스가 이어갈 행보에 대한 기대로 귀결된다. 앞서 민 대표는 뉴진스가 내년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이번 팬미팅을 통해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채와 예상을 뒤집고 관객을 매료시킬 '한 방'까지 갖추고 있음을 제대로 입증한 뉴진스의 다음 행보는 도저히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금의 기세와 민 대표의 영민한 전략이라면 이들의 세계 음악 시장 재패 역시 머지 않아 보일 정도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언제든 기존의 흐름을 뒤엎고 새로운 판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뉴진스의 가장 큰 강점이다. 도쿄돔 팬미팅은 여전히 이러한 뉴진스의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계기"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만큼, 향후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뉴진스의 입지 넓히기 역시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써는 뉴진스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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