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언제 적 동의보감"... 한의계 "환자 만족도 95%"

곽주현 2024. 7. 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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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한방병원 미스터리]
양방에 비해 모호한 한방 수가 기준
비급여 치료 붙이는 '세트청구' 횡행
"치료 중단시점 필요" vs "환자 피해"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보험 한방의료 수가 논의 자리에서는 아직도 '동의보감'이 심심찮게 튀어나옵니다. 특정 병증에 대한 치료 효과 근거가 동의보감에 쓰여 있다는 거죠. 아무리 한의학이 동의보감에 근거를 두고 있고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저서라지만, 400년 전 책을 근거로 들면서 치료가 된다고 하니 사실상 과학적 반박도 어렵지 않겠습니까.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죠." (보험업계 관계자)

"기본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상처가 보이지 않더라도 환자가 통증을 느낄 수 있고, 그에 대한 맞춤 치료를 지속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작 교통사고 환자 95% 이상은 한방치료에 훨씬 만족도를 느낀다고 하는데, 단순히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판하는 건 한의학 치료를 폄훼하는 말이죠." (한의계 관계자)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방 진료비가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의 58.1%를 차지하는 등 자동차보험에서 한방병원의 존재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치솟는 한방 진료비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보험사는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학적 시각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한의학 특성상 보험금을 내주지 않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기준 없는 한방 수가... '세트 청구' 원인?

다른 보험 체계와 달리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은 한방 분야에 대해 상당히 두루뭉술한 편이다. 국토교통부 고시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에 따르면, 한방 첩약 수가는 첩당 6,690원이며 '환자의 증상 및 질병 정도에 따라 필요 적절하게' 투여돼야 한다고만 나와 있다.

반면 양방 분야 기준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 기준에는 하나의 약제에 대해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과 기준 용량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다. 예컨대 편두통 치료제로 쓰이는 '졸미트립탄'은 △전조 증상이 없는 편두통 △중등 또는 중증 편두통 △심한 오심이나 구토, 수명, 고성 공포증 등이 수반되는 편두통에 대해 사용할 수 있으며, 용량은 1일 5㎎까지 인정된다.

정확한 병증에 대한 치료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한방병원에서는 보험업계가 '세트 청구'라 부르는 행위가 통상적으로 이뤄진다. 다양한 한방치료를 동시에 처방 및 시행하는 것으로, 환자 상태나 증상에 상관없이 교통사고로 내원만 하면 무조건 침과 부항, 약침술, 추나요법, 한방물리, 첩약 등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것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동일한 효과를 내는 치료를 하루에 3, 4개 수준이 아니라 10, 11개씩 받고 한꺼번에 청구하는 패턴이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며 "적어도 효과가 겹치는 치료법은 횟수 제한이나 순서 등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조사한 사례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교통사고로 염좌 진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한 한의원은 침술 등 기본 진료로 진료비가 2만 원대만 나왔지만, 또 다른 한의원은 추나요법 등 한방 비급여 진료를 포함한 일곱 가지 진료를 하루에 모두 시행하면서 총 24만 원을 진료비로 청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같은 증상에 대해 병원별로 1일 진료비가 12배씩 차이가 나는 것은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며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다종 한방진료가 만연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의계 "치료 중단 기준은 결국 보험사 이익"

보험업계는 치료 중단 시점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상환자에 대해 당일 처치할 수 있는 치료법 개수를 제한한다거나, 한의사 1인당 치료 시행 가능 인원을 한정하는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캐나다 등 주요국은 경상일 경우에도 상해 평가와 기준에 따라 치료기간과 방법을 설정하고 있다"며 "예상 치료기간을 두고 추가 치료 적정성을 심평원이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 적정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전 위원은 "무한정 길어지는 치료기간과 이로 인한 치료비 증가 때문에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합의금을 제시하는 관행이 생겼는데, 이게 과잉 치료 유인으로 작용해 보험금 누수로 이어졌다"며 "불확실성을 완화해야 사회적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의계는 이런 의견을 '한의학에 대한 몰이해'라고 반박한다. 기본적으로 한의학이라는 전통 의학은 서양 의학과는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여러 치료 행위가 상호 보완적 효과를 내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뿐"이라며 "일부 병원에서 과도한 세트 청구 양상을 보이면 심평원에서 심사를 통해 걸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실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통사고 후 한방치료 경험이 있는 성인 중 한방의료기관 치료기간이 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70%에 달했고, 양방 대비 치료 효과가 높다고 답한 비율이 43.3%로 긍정적이었다"며 "환자 본인이 아프다고 하는데 보편적 기준을 정해 놓고 치료를 일방적으로 종료한다는 것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오로지 보험사 이익을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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