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가스가 싫어요', MBC의 탁월한 선택
2회로 종영…시청자들 시즌제 요청 쇄도
마라맛 드라마들 속 차별화가 쟁점
MBC가 '우리, 집' 후속작으로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를 편성했을 땐 의아함이 컸다. 치열했던 주말극 대전 속 '우리, 집'이 종영하며 쉬어가는 템포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MBC의 단막극 편성을 단숨에 이해시켰다.
지난 5일과 6일 방송된 MBC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옹화마을 카사노바 견 백구의 중성화수술에 앞장섰던 이장이 하루아침에 정관수술을 하게 되면서 졸지에 백구와 같은 신세가 되어버린 좌충우돌 휴먼 코미디 드라마다. 2023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에서 단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예능 작가 출신 노예리 작가가 쓴 따뜻하고 유쾌한 극본에, MBC 신예 김영재 감독의 트렌디한 연출이 만났다. 수상 이후 심사위원들의 호평에 힘입어 즉시 작품화, 1년 만에 방영을 하게 됐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를 두고 "귀여운 코믹 상황들의 설정과 정감 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후속작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오는 8월 16일 방송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MBC는 올림픽 중계 기간 내 드라마 편성을 의도적으로 비워놓았다. 여기에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를 배치했다는 것은 MBC의 전략으로 읽힌다. 2023년 MBC 드라마 극본공모전에서 단편 최우수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일찍이 인정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니시리즈 제작으로 확대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실제로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는 중이다. "시즌제 가자. 2부작 너무너무 아쉽다", "간만의 무공해 드라마다. 재밌게 봤는데 2부작이라니", "MBC 단만극 희망의 불씨를 제대로 되살린 작품" 등 극찬이 쇄도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평가처럼 정감 가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보는 이들을 2회 만에 사로잡았다. 예능 작가 출신 노예리 작가의 차진 대사와 젊은 감각을 뽐낸 김영재 감독의 시너지도 컸다. 정관 수술이나 포경 수술 등 자극적인 소재에도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 힐링을 안겼다는 평이 많다.
시청률은 어땠을까.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3.3%, 2회 3.4%를 기록했다.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의 무기는 감동 코드다. 유쾌한 웃음 뒤 잔잔한 여운은 이 작품이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 알 수 있게 한다. 이른바 '마라맛' 소재의 드라마들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내세우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지만 방송이 끝난 후 여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반면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는 옹화마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하나씩 조명하면서도 포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와 어른, 사람과 동물 모두 정겨우면서 공간이 주는 온도가 크다. 여기에 실제 인물처럼 느껴질 정도로 호연을 펼쳤던 배우들의 싱크로율 또한 보는 맛을 드높였다. 정상훈은 어설프지만 사랑스러운 여섯 남매의 아빠로 분해 시청률 상승을 이끌어냈다. 시청률 1% 격차가 더욱 소중한 안방극장에서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일군 성과는 꽤 유의미하다.
과거 방송사 각각이 운용하는 단막극 프로젝트가 존재했으나 최근 시청률이나 화제성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공모전 당선작들을 소개하는 프로젝트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막극을 사랑했던 팬들의 아쉬움도 컸던 터다. '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멧돼지 사냥' 등 웰메이드 단막극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창구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제작자들에겐 실험적 연출이 가능하고 또 배우들에겐 새로운 캐릭터를 선사하기도 하는 단막극의 존폐 위기는 언제나 드라마 업계의 고민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나름의 호성적을 거두며 단막극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새로운 시즌으로 재탄생한다면 단막극 장르에도 시대에 걸맞은 혁신의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MBC의 제작 노하우를 응집시킨 '나는 돈가스가 싫어요'가 다음 시즌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감이 크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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