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 글로컬 시대의 지방 외교
언제부터 '글로컬(glocal)'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됐는지 모르겠으나, 요즘 우리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다. 글자로만 보면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인데, 과거 유행하던 세계화(globalization)와 함께 현지화(localization)를 추구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이렇게 세계화와 현지화의 교차가 심화되는 글로컬 시대에는 과거 중앙정부의 고유 업무라 여겨졌던 외교에서도 지방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30년 간 중앙정부인 외교부에서 근무하다가 금년 초 대전시청으로 파견돼 지자체의 국제교류협력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필자는 이를 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다.
과거에 외교라는 것이 국가 또는 중앙정부 간에 주로 하는 것으로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외교 활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접촉하던 대상이 상대국의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일반국민, 기업, 지방정부, 민간단체까지 다양해진 요즘에는 지방정부의 국제교류협력 활동(이를 '지방외교'라 부르기도 한다)도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제주에서 개최된 제2회 한국지방외교포럼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방외교도 우리 외교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국가외교와 지방외교가 상호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원팀이 돼 힘을 모아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지방정부 차원의 협력이 중앙정부 간 협력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교부는 금년 4월 말 시도지사협의회와 지방외교 활성화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울러 6월 말에는 외교부 내에 지방외교 지원 전담부서(청년지방민생외교팀)를 발족시키고, 여기에 우리 지자체의 공무원까지 파견받아 함께 근무하고 있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의 작년 말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17개 광역자치단체가 해외 79개 국가의 374개 도시와 자매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더해 224개 기초자치단체도 72개 국가의 1085개 도시와 교류협력을 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의 지방외교 활동도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다. 외국 도시와의 교류협력 분야도 과거 주종을 이루던 고위인사, 공무원 등의 인적 교류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문화예술, 관광, 스포츠, 과학기술 등 실질적인 분야까지 확대됐다. 이제는 지방외교가 주민 일상생활과 기업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대전시는 28개 국가의 39개 도시와 결연하고 다양한 양자 차원의 교류협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다자 차원에서는 대부분의 세계 주요 도시가 회원으로 참여하는 국제기구인 세계지방정부연합(UCLG)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2022년 총회를 대전에서 개최했고, 대전시장이 UCLG 의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또한 금년 9월에는 대전시 주도로 과학기술분야의 첨단 외국 도시들이 참여하는 '경제과학도시연합'을 출범시킬 계획으로 있다.
대전시는 그동안 '일류 경제과학도시' 구현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해 왔는데,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초일류 도시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전시가 적극 추진해온 4대 전략산업(우주항공, 바이오, 반도체, 국방) 발전 전략이 금년 3월 독일 머크사의 43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로 결실을 맺었다. 최근에는 여기에 2개 분야(양자, 로봇)를 전략산업으로 추가 선정했는데, 대전시의 적극적인 국제교류협력 활동이 추가적인 대규모 해외 투자 유치로 결실 맺기를 바란다. 대전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그동안 국제교류팀으로 운영되던 지방외교 담당 부서를 국제담당관으로 승격 독립시킨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앞으로 보다 실질적인 국제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자질과 경험을 갖춘 직원을 충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해 대전시가 명실공히 우리나라 지방외교 발전의 모델이자 선두 주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규 대전시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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