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돌린다고?" 유니폼에 깨끗한 곳이 없네…혼신의 질주가 만든 승리, 박성한의 '커리어하이'가 보인다 [MD인천]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이걸 돌린다고?"
SSG 랜더스 박성한은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8차전 홈 맞대결에 유격수,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 1볼넷으로 펄펄 날으며 팀의 7-4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박성한의 존재감은 경기 초반부터 두드러졌다. 최지훈의 선두타자 홈런을 바탕으로 1-0으로 앞선 1회말 2사 3루에서 박성한은 롯데 선발 한현희를 상대로 3구째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131km 커브를 받아쳐 좌익수 방면에 1타점 2루타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후속타자 김민식의 안타에 홈을 향해 내달린 결과 득점까지 만들어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성한은 3회 2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는 한현희를 상대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3-2로 앞선 6회말 1사 2루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번엔 바뀐 투수 진해수와 맞대결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130km 슬라이더를 결대로 받아쳤고, 중견수 방면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이로써 SSG는 한 점을 더 달아나며 비교적 여유가 있는 상황을 손에 넣었다.
매 순간 박성한의 활약은 빛났지만,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8회말이었다. 4-4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박성한은 롯데의 바뀐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냈다. 이에 SSG는 후속타자 김민식에게 보내기 번트 작전을 걸었는데, 이때 롯데 김상수의 송구가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고승민의 글러브를 외면했다.
박성한은 2루 베이스에 안착한 뒤 공이 빠지는 것을 확인하고 3루를 밟았고, 내친김에 홈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 결과 다시 리드를 되찾는 결승 득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SSG는 박성한에서 시작된 8회말 공격에서 두 점을 더 보태면서 7-4까지 달아났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리드를 지켜내며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박성한의 유니폼은 깨끗한 부분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 팀 승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분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는 "득점권 찬스가 내게 왔을 때 잘 살린 것 같고, 또 중요한 순간 점수가 잘 나온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은 하루였던 것 같다. 오늘 결과를 보니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잘 쉬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고 싱긋 웃었다.
8회말 롯데 김상수의 송구가 빠지는 것을 봤을 때, 홈까지 들어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가졌던 주루였을까. 박성한은 "2루에 도착했을 때 공이 빠지는 걸 봤다. 그리고 3루에 갔는데, 조동화 코치님이 계속 힘차게 돌리시는 것을 보고 홈으로 갔다. 홈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걸 돌리신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열심히 뛰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재 KBO리그는 그 누구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1위 KIA 타이거즈 또한 승률이 6할에 못 미친다. 조금만 연패로 빠지면 순식간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흐름이 이어지는 중. 이러한 과정에서 후반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은 매우 컸다. 박성한은 "NC와는 달리 롯데를 만나면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더 있는 것 같다"며 "항상 1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순위는 너무 박빙이라서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6으로 부침을 겪었지만, 박성한의 가장 큰 매력은 3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OPS 0.750 이상을 기록해줄 수 있다는 것. 9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박성한의 성적은 83경기에서 93안타 5홈런 40타점 51득점 9도루 타율 0.298 OPS 0.773을 기록 중이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커리어하이' 시즌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정도다. 박성한은 "잘 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지만, 작년보단 전반기를 잘 마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박성한은 "작년에는 조금 부족했다. 올해도 사실 3할을 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진 않더라. 3할을 치려고 하면 고꾸라진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것은 선수의 욕심이지만, 성적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준비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동안 득점권 상황을 많이 살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지금 타점을 많이 생산했지만, 영양가 있는 타점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득점권 찬스에서 잘 치고 싶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조금 더 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모습이라면 박성한은 첫 골든글러브까지 노려볼 수 있다. 하지만 당장은 골든글러브를 시야에 두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많은 경기가 남았다. 골든글러브를 욕심 내면서 야구를 하고 있진 않다. 그러나 하다 보면 시즌이 끝날 때 쯤에는 또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나"라며 싱긋 웃었다. 박성한이 최고의 시즌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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