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대형 건설업체도 정비사업 수주 '0원'

김창성 기자 2024. 7. 10.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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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반기 이익 '경고음'②] 대우건설·현대ENG·DL이앤씨 상반기 무실적
[편집자주] 주요 건설업체들의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증권가는 시공능력 상위 6개 상장 건설업체의 2분기 영업이익률을 2~7%대로 추정했다. 업계 2위 현대건설과 지난해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를 낸 GS건설의 영업이익률은 가장 낮은 2%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100만원을 벌어도 이익으로 2만원대가 남은 셈이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중대재해 처벌과 주52시간 근무 등 건설현장 규제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공사 원가가 상승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수익성의 기반이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마저 수주를 줄이고 있다. 코스피 대비 저조한 주가 움직임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반기 주요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엇갈렸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주택사업 부진에 빠진 국내 주요 건설업체의 상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졌다. 각 건설업체는 경기 불황 탈출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이종산업 진출 등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을 떠받치는 주요 동력은 주택사업이다.
주택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는 영업이익률이 높아 실적의 중요한 기반이지만 최근 업계는 경기 불황에 따른 선별 수주를 내세우며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실적이 '0원'인 곳도 있다. 지난 1분기 실적에서 쓴맛을 본 주요 건설업체들은 2분기 실적을 합친 상반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포스코·현대' 정비사업 수주 독식


올 상반기 국내 주요 건설업체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10조7624억원(6월30일 기준) 규모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63.7%(6조8585억원)를 차지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1월부터 1조3000억원 규모의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인 '시민공원주변 촉진 2-1구역'을 따내 포문을 열었다. 2월에는 4988억원 규모의 '고양 별빛마을8단지' 리모델링과 2821억원의 '금정역 산본1동 재개발', 2238억원의 서울 '가락미륭아파트' 재건축을 따냈다.

4월에는 1조927억원 규모의 서울 노량진1구역 재개발도 품어 상반기 내 업계를 압도하는 정비사업 수주 행보를 보였다. 총 3조5525억원의 실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한 포스코이앤씨는 하반기에 반포·개포·한남·성수·압구정 등 서울 핵심지역의 정비사업 수주에도 나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 깃발을 꽂겠다는 각오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한 현대건설도 1위 포스코이앤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 정비사업 수주 3조3060억원을 기록해 2위를 달성했다.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한 현대건설의 연도별 실적을 보면 ▲2019년 2조8322억원 ▲2020년 4조7383억원 ▲2021년 5조5499억원 ▲2022년 9조3395억원 ▲2023년 4조6122억원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올 2월까지 2조원 넘는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동안 현대건설은 잠잠했지만 3월부터 잇따라 대형 정비사업을 따내며 지난해 전체 수주(4조6122억원)의 약 72%를 상반기에 달성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따낸 주요 정비사업은 ▲성남 중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6782억원)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원) ▲인천 부개5구역 재개발(5140억원·지분 70%) ▲대전 도마·변동 16구역 재개발(7057억원) ▲송파 가락삼익맨숀 재건축(6340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조6122억원의 정비사업을 수주해 포스코이앤씨(4조5988억원)를 134억원 차이로 제친 만큼 하반기에도 서울 신반포2차와 한남4구역, 미아9-2구역, 부산 연산5구역 등 다수의 추가 수주에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주요 건설업체의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엇갈긴 모습이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선두와 격차 큰 나머지 업체, 하반기는


지난해 인천 검단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으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제재를 받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됐던 GS건설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만큼 수주 부진이 우려됐지만 상반기에 세 건의 굵직한 정비사업을 수주해 3위에 올랐다.

GS건설은 상반기에 ▲대전 삼성5구역 재개발(3333억원)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4732억원) ▲과천주공4단지 재건축(5864억원)을 수주하며 총 1조3929억원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4위는 세 건의 수주로 9341억원을 기록한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은 4월까지 정비사업 수주 0원을 기록했지만 5월에 4315억원 규모의 '안양 종합운동장 북측 재개발'을 따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6월에 ▲신반포12차아파트 재건축(2597억원) ▲천호우성아파트 재건축(2429억원)을 잇따라 수주해 1조원에 육박한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거뒀다.

5위는 8337억원을 달성한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월 2151억원의 서울 강북구 미아1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낸 이후 굵직한 정비사업을 추가로 수주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인천 부개5구역 재개발(5140억원·지분 30%) ▲신반포27차 재건축(1039억원) ▲대전 가양동1구역 재개발(5145억원·지분 50%) ▲서울 중화우성타운 재건축(1033억원) 등을 따냈다. 상반기에 상위권 주요 건설업체를 따돌린 SK플랜트는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 1조원 돌파도 확실시된다.

시공능력평가 1위(2023년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재개발과 리모델링을 한 건씩 수주해 743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상반기에 기록한 수주 실적은 ▲잠원강변 리모델링(2320억원) ▲부산 광안3 재개발(5112억원)이다.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비사업 투톱 체제를 형성하며 상반기에만 3조클럽을 달성했지만 단 한 건의 정비사업 수주도 거두지 못한 건설업체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 DL이앤씨, 현대엔지니어링은 상반기에 정비사업 수주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우건설과 DL이앤씨의 경우 하반기 들어 각각 ▲신반포16차 재건축(2469억원 규모) ▲잠실우성4차 재건축(3817억원) 사업을 따내며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정비사업 수익성이 떨어지자 선별 수주 전략으로 선회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현대건설·GS건설·롯데건설·SK에코플랜트·삼성물산 건설부문이 7400억~3조원대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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