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왜 불평등하게 일어날까[신간]
사고는 없다
제시 싱어 지음·김승진 옮김·위즈덤하우스·2만3000원
한 세기 동안 벌어진 사고를 탐구하며 사고의 증가가 구조적 불평등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한 역작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교통사고, 산업재해, 재난 등을 통해 ‘사고’라는 말이 어떤 죽음과 손상을 감추고 그것이 반복되게 만드는지 밝혀낸다. 이를 위해 과실, 조건, 위험, 규모, 낙인, 인종주의, 돈, 비난, 예방, 책무라는 10가지 키워드를 연결한 뒤 촘촘하고 풍성한 논의로 확장해 나간다. 논의는 무너진 시스템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 예방 가능한 비극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재난에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과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들, 위험 사회의 불안을 비난이나 낙인으로 해소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추천사에서 “때때로 우리는 세계에 대해 생각하던 방식을 바꿔놓는 책을 만난다. 이제까지 ‘사고’라는 단어를 별 문제의식 없이 써왔던 것을 반성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미래에서 날아온 회고록
앨리스 웡 지음·김승진 옮김·오월의봄·2만7000원
장애인권 활동가인 앨리스 웡의 첫 단독 작품이다. 활동가의 삶을 꿈꾸지 않았던 저자가 그 길로 들어서게 된 무수한 계기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모범적 소수자의 서사’를 벗어난다. 음식과 대중문화, 소셜미디어에 대한 애정, 코로나19 팬데믹, 돌봄, 미래 등 여러 화두를 거침없이 던진다. 저자가 던진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탁월하면서도 난삽하고, 진중하면서도 호쾌한 삶의 지혜를 경험하게 된다. 또 일상을 조직하는 힘이 어떻게 운동이 되며, 그 운동이 어떻게 다시 삶을 바꿔내는지도.
학교를 바꾼 인권 선언
공현, 진냥 지음·교육공동체벗·1만4000원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배경과 역사, 사회에 미친 파장을 일목요연하게 살피는 책이다. 청소년인권운동 활동가인 두 저자는 학생인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교사에게 왜 필요한지, 학생인권조례가 비제정 지역에 끼친 영향 등을 짚으며 조례를 둘러싼 오해와 질문에 답한다.
교도소의 정신과 의사
노무라 도시아키 지음·송경원 옮김·지금이책·1만6800원
교정시설에서 수많은 환자를 돌봤던 정신과 의사의 회고록이자 교도소 의사로서 마주한 범죄와 질병, 격리와 보호, 가해와 피해 그 경계에 얽힌 이야기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담장 너머 또 하나의 의료현장을 드러내며 애써 외면해온 그늘진 이면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준다.
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조여름 지음·미디어창비·1만6800원
쳇바퀴 돌아가듯 반복되는 직장생활에 안주하자니 미래가 막막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자니 겁이 나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애매한 나이. 저자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을 것만 같던 생활 끝에 우리나라 곳곳의 작은 지역을 옮겨 다니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간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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