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4년 노력이 1초에 결정되는 체조…모션 캡처로 작은 실수 잡아낸다
몸에 붙이는 마커 없이 동작 분석하는 기술도
사격·소프트볼 대표팀도…1000명 넘는 선수들이 찾아
여서정(22·제천시청) 선수는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여서정’을 앞세워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 여자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한 순간이다. 여서정은 도마를 앞으로 짚은 뒤 공중에서 몸을 720도 비트는 기술이다.
도마는 도약부터 착지까지 한 선수가 기술을 펼치는 시간이 4초에 불과하다. 특히 도마를 딛고 점프해 공중 연기를 펼친 후 착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초 남짓이다. 올림픽에 나서는 체조 선수들이 4년 동안 흘린 땀방울의 결과가 이 1초에 결정된다.
체조 선수들은 1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4년 동안 수없이 연습을 한다. 하지만 선수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공중에서 자신의 자세가 어떤지 알기 어렵다. 점프 높이와 몸의 회전력이 경기 결과를 결정하지만, 사람의 감각으로는 1초 동안 자신이 수행한 동작이 얼마나 정확했는지 제대로 알기 힘들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체조 국가대표팀의 기량 향상과 훈련을 돕기 위해 모션 캡처 기술을 도입했다. 모션 캡처는 사람의 움직임을 촬영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그대로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한 3D(입체) 동작분석 기법은 오래 전부터 스포츠 과학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20여명의 기술영상팀을 구성해 체조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여러 국가대표 선수들을 돕고 있다.
김주년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 연구위원은 “모션 캡처와 인공지능(AI)을 함께 활용해 선수들의 움직임을 손쉽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에서는 세 가지 장비를 이용해 모션 캡처 분석을 한다. 모션 캡처 정확도가 1㎜ 수준인 고성능 적외선(IR) 카메라와 선수들이 별다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도 모션 캡처가 가능한 마커리스, 넓은 공간에서 움직임을 계속 추적할 수 있는 관성센서다.
일반적으로 모션 캡처를 하려면 선수의 몸 곳곳에 적외선을 반사하는 마커를 붙인다. 적외선 카메라는 마커 반사파로 선수의 움직임을 파악해 해당 동작을 컴퓨터에 구현할 수 있다.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사 마커의 수가 줄고 있지만, 전신의 움직임을 보려면 대략 50여개의 마커가 필요하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마커리스 기술을 이용한 모션 캡처로 체조 대표팀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체조처럼 작은 변화에도 민감할 수 있는 종목의 선수들은 마커를 붙이고 동작을 구현하는 걸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반사 마커를 붙이지 않는 마커리스 기술을 도입한 덕분에 체조나 투기 종목 선수들도 모션 캡처 분석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8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마커리스 모션 캡처를 하고 있다. 8대의 카메라가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영상을 3D로 구현해 선수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식이다. 촬영에 쓰이는 카메라는 초당 200프레임 이상의 촬영이 가능한 고속카메라여서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의 동작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체조 종목의 특징은 동작이 굉장히 빠르고 위험하다는 것”이라며 “모션 캡처를 이용해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훈련이 기술 성공률을 높이는 열쇠”라고 말했다.
모션 캡처 기술을 쓰는 건 체조 선수만은 아니다.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모션 캡처 기술의 수혜를 보고 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역도 선수 시절 모션 캡처를 통해 자세를 교정해 기록을 늘리기도 했다. 근육 32곳에 마커를 부착해 바벨을 드는 순간 힘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 분석했고, 그 결과 오른 발이 10㎝ 정도 뒤로 빠지는 습관을 발견하고 자세를 교정한 결과 기록이 좋아졌다고 한다.
사격이나 소프트볼 종목의 선수들도 모션 캡처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한 번에 여러 발을 쏴야 하는 사격의 경우 선수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사격이 계속될수록 선수들의 자세가 미세하게 흐트러지는데, 모션 캡처를 통해 이런 정보를 파악해 선수와 코치에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야구와 비슷한 소프트볼은 투수가 발을 정확하게 디디면서 공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국가대표스포츠과학지원센터는 소프트볼 국가대표팀 투수인 조선희 선수의 투구 동작을 모션 캡처로 분석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를 정확하게 비교했다. 선수의 자세와 발을 딛는 스텝의 폭에 따라 투구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선수들의 순간적인 기술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종목일 수록 영상 분석이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AI를 결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식으로 마커리스 모션 캡처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육상 같은 야외 종목 선수들은 신체 움직임을 추적하는 관성센서를 이용해 자세를 분석한다. 선수들이 관절 부위에 센서를 붙이고 훈련을 하면 수신 장치에 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인다. 주로 동계 올림픽 선수들이 이 방식을 사용한다. 이 연구위원은 “IR카메라, 마크리스보다 신뢰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데는 충분한 성능”이라며 “기량 향상과 부상 방지, 경기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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