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전력강화위를 없애라 [이재호의 할말하자]

이재호 기자 2024. 7.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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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토록 무의미하고 무쓸모일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이 사실상 정몽규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의 개인 만남 이후 이뤄진 것이라는게 알려졌고 이번 홍명보 감독 선임 내부에서 파행을 겪어 전력강화위 일부가 사퇴했고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은 이임생 총괄이사의 '내가 결정하겠다'는 말에 거수기 역할만 했다.

두 번의 감독 선임 과정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는 아무런 역할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하게 만든 주범이 됐다. 게다가 박주호 전력강화위원의 폭로에서 드러났듯 위원들은 전문성이 결여되고 의욕도 떨어졌는데 사리사욕은 챙기려했다.

대체 전력강화위는 무엇을 위해 존재했던 것일까.

ⓒKFA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사임 후 자신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원래 친분이 있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사석에서 만났고 감독에 대한 의향을 비추자 정 회장도 이를 긍정적으로 반응해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이후 '전력강화위'를 통해 클린스만이 선임됐다고 반박했지만 이미 당시에도 전력강화위가 내정된 클린스만만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이 사임한 마당에 굳이 거짓을 얘기할 필요도 없기에 클린스만 감독의 말에 더 신빙성이 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만약'을 생각해보자. 클린스만이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고 지금까지도 좋은 모습으로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클린스만을 향한 정몽규의 월드컵에서의 '제안'은 클린스만을 '모셔온' 신의 한수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전력강화위보다 정몽규의 제안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현재의 전력강화위는 '거수기' 밖에 하지 못한다. 이임생 총괄이사는 8일 기자회견에서 법률검토를 통해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의 동의만 받으면 감독 선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이임생 위원이 직접 남은 전력강화위원에게 전화해 "최종 감독 선임을 내가 결정해도 되곘냐"고 했을 때 모두가 동의했다는 것.

정상적이라면 '그래도 모두가 의견을 내는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한다'고 했어야하지만 남은 전력강화위원들은 '거수기'였기에 그 말에 동의하기만 했다. 누가 되든 정몽규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이임생 이사의 뜻대로 가게 놔둔 것이다.

ⓒKFA

축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력강화위의 위원 구성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현직 프로-대학 감독들이 다수이다보니 자신의 팀을 챙기기도 바쁜 상황에서 사실상 '명예직'인 전력강화위원의 활동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 박주호 역시 "정해성 위원장은 다음 회의에 위원들 각자가 감독 후보 추천군을 3명 정도 가지고 와달라고 했지만 대부분이 1명 혹은 아무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유튜브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그들에겐 전력강화위의 일이 우선일 수 없었다.

게다가 이번 전력강화위를 통해 드러나듯 회의만 했다하면 정보가 줄줄 새어나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했다. 정해성 위원장이나 박주호처럼 내부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려는 이도 있었겠지만 공식적인 정보대신 새어나가는 정보가 주를 이루다보니 불명확하고 자의적 해석이 담겨 전력강화위의 활동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심지어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임생 이사는 외인 최종 후보군 면접 후 "우리가 원하는 축구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전력강화위가 해야할 가장 첫번째 일이 대한축구협회가 추구하는 축구철학에 맞는 감독 후보군 중 누가 나은지 평가하는 것인데 그런 기본조차 하지 못하고 최종 후보군을 설정한 것임을 방증해준 꼴.

또한 내부 문제로 인해 막판에는 정해성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파행을 겪은 전력강화위였다.

똑똑한 천재 한명이 더 똑똑한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 또한 넓은 인맥을 가진 인물이 생각지 못한 인재를 데려올 수도 있다. 혹은 정말 합리적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인재를 데려올 수도 있다. 감독 선임을 위해서는 여러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확실한건 클린스만, 홍명보 선임을 통해 대한축구협회가 전력강화위를 통해 감독을 선임한다는건 명분 갖추기용 허상이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것이 더 시간을 잡아먹고 피로감만 쌓이게 했다는게 명백히 드러났다.

이제 제로 베이스에서 감독 선임을 어떻게 하는게 정말 좋을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현재의 전력강화위 시스템은 매번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KFA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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