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리스크로 표적 옮기는 파월…나스닥·S&P500 랠리 이어가[월스트리트in]
파월 “높은 물가만 위험 아냐..경제·고용 약화 우려”
명확한 금리인하 일정 없어…국채·외환시장은 실망
테슬라 10일연속 랠리…올들어 상승폭 5.6%로 늘려
허리케인 '베릴' 영향 제한적…국제유가 사흘째 하락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소폭이나마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고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경제 성장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은 안도했다. 점차 물가보다는 급격한 고용둔화 쪽으로 정책방향을 옮길 것으로 시사하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다만 금리인하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국채금리는 오르며 증시폭은 제한됐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3% 내린 3만9291.97를 기록했다.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0.07% 오른 5576.98를,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도 0.14% 오른 1만8429.2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올 들어 36번째 최고치 경신을 했다. 아울러 6회 연속 상승하며, 1월 이후 최장기간 랠리를 펼쳤다.
파월 의장은 금리를 너무 적게 또는 너무 늦게 인하하면 경제와 고용 시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시장은 안도했다. 점차 연준의 정책 초점을 물가 둔화에서 고용시장 리스크 대처로 옮기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시장은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9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고용시장을 냉각시키는 데 있어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 상승만이 우리가 직면한 유일한 위험은 아니다”면서 “금리를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낮추면 경제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미국의 실업률은 4.1%로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고용이 침체했다고 볼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실업률은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파월은 적정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근 물가둔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스탠스를 유지했다. 파월 의장은 “올해 초반에 2% 물가 목표를 향한 진전이 부진했지만 가장 최근의 월간 지표는 일반적인 수준의 진전이 더(modest further progress)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데이터가 나오면 물가가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금리 인하 일정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파월 의장은 “향후 조치 시점에 대해 어떤 신호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 별로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은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승세를 유지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장마감 시점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은 73.3% 정도 가리키고 있다. 12월 금리가 50bp(1bp=0.01%포인트) 이상 내려갈 확률은 74.1% 정도다. 올해 두차례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러셀은 “고용 시장이 약화되고 있고 파월 의장은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그는 정책이 제약적이고, 인플레이션에 진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E*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은 “파월 의장은 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경제와 고용시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고, 이는 연준의 금리인하를 열망하는 투자자들의 환호를 받았다”면서 “다만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으로 냉각되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주들은 대체로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2.48%, 테슬라 3.71%, 애플도 0.38% 올랐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1.44%), 알파벳A(-0.03%)은 소폭 하락했다. 테슬라는 무려 10일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들어 상승폭을 5.6%로 늘렸다.
반면 국채금리는 소폭 상승했다. 파월 의장이 더 강력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는 평가가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오후 4시기준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7bp(1bp=0.01%포인트) 오른 4.295%를 기록 중이다. 30년물 국채금리도 3.2bp 상승한 4.49%에서 움직이고 있다. 반면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0.4bp 오른 4.62%를 기록하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일부는 더 강력한 금리인하 신호를 기대했을 수도 있지만, 리스크 균형에 대한 그의 발언은 비둘기파적으로 읽힌다”며 “물가보고서를 비롯해 향후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9월 인하 가능성에 대한 토대가 계속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사흘째 하락하며 안정세를 계속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0.92달러(1.12%) 하락한 배럴당 81.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 인도분 가격은 전장 대비 1.09달러(1.27%) 내린 배럴당 84.6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허리케인 베릴이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하면서 주요 원유 생산시설 및 정유시설에 큰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공급 축소 우려가 사라진 덕분이다.
달러는 소폭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11% 오른 105.12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채시장과 마찬가지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에 근접했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다. 달러 강세로 엔화가치는 또 떨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0.29% 오른 161.30까지 올라섰다.
토론토 외환라이브의 수석 통화 분석가인 아담 버튼은 “시장은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신호를 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말 금리인하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증시는 일제히 내렸다. 런던 FTSE100지수는 0.66%, 독일 DAX지수는 1.28%, 프랑스 CAC40지수도 1.56% 하락 마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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