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 축구인, 그리고 축구팬들에게…[김세훈의 스포츠IN]
예상 밖 아시안컵 졸전과 부진, ‘자유로운 영혼’ ‘고집불통’ ‘공감 제로’ 위르겐 클린스만 경질, 손흥민·이강인 사건으로 불거진 대표선수들 간 해묵은 갈등, 아시안컵에 동행한 대한축구협회 직원들의 몰상식한 일탈,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협회의 갈팡질팡 오락가락 행정, 두 차례 임시 감독 체제 ‘땜질’ 처방, 그로 인한 황선홍호 올림픽 출전 좌절, 전문성이 떨어진 전력강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 심지어 회의 도중에도 외부에 정보를 흘린 강화 위원, 그 와중에 개인 사욕을 채우려한 강화 위원, 명장 영입을 위한 투자에 인색한 정몽규 회장, 감독 선임 작업 도중 중도 사퇴한 정해성 강화위원장,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런 입장 번복, 비밀 유지 계약을 파기한 채 위원회 내부 사정을 본인 유튜브 방송에서 폭로한 박주호 위원,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조장하는 적잖은 언론 보도까지….
최근 6개월 동안 한국축구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어느 하나 기쁜 일, 희망찬 경사는 없었다. 모두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수라장이다. “내가 잘못했다”며 사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 자기방어, 자기 합리화만 한다. 최소한 최근 반년 동안 소위 ‘축구인’을 자처하는 인사들은 상식 이하 부류들처럼 행동했다. 홍명보 감독을 대표팀 감독에 내정한 뒤 엄청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서로 이해해보려는 태도는 안보인다. 모두 비난 일색이다.
시시비비는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 그런 후진적인 행정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 그게 시스템 전면 개혁일 수도 있고 최고위층을 포함한 고위층 인사의 혁신일 수도 있다. 이미 누가, 뭘 잘못했는지 거의 모든 게 드러난 상태다. 물론 저마다 잘한 것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걸 몰라준다고 투덜대는 심정도 이해하지만 팬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않은 것을 어쩌랴. 신뢰를 잃은 조직, 사람들의 발언이니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이 지금의 ‘팬심’이다. 그 또한 축구협회, 강화위원회, 지도자들이 저지른 일련의 그릇된 판단에 따른 결과물이다. 홍 감독의 이실직고, 축구협회와 축구인들의 진심 어린 자성만이 훨훨 타는 작금의 분노와 불신을 잠시나마 진정시킬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홍 감독은 얼마 전까지도 “그동안 나의 스탠스는 항상 같았다. 팬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가대표팀 감독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근데 그게 며칠 만에 바꿨다. 벼랑 끝에 몰린 협회의 해바라기식 간청, “그래도 당신 말고 누가 있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 5개월 동안 자신이 후보로 계속 거론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 내심 10년 전 월드컵 실패를 만회하고 싶은 본인의 뜻도 입장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게다. 울산 서포터스는 저주에 가까운 거친 표현을 내뱉으며 홍 감독을 비난하고 있다. 결자해지, 이 문제는 홍 감독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세간에 떠도는 무성한 의혹, 그 속에 불신을 받는 본인의 발언에 대해 홍 감독이 직접 답해야 한다. 팬들이 거세게 비난할 걸 뻔히 알면서도, 월드컵에서 다시 실패하면 그동안 쌓아온 거의 모든 걸 졸지에 잃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독이 든 성배’를 왜 다시 들게 됐는지, 우리가 모르는 홍 감독만의 고뇌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홍 감독은 솔직하게 진솔하게 팬들에게 사죄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게 극심한 혼란 속에서 어느 정도라도 정돈된 상태로 새출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협회 고위층, 강화위원회 등 소위 ‘축구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입을 다물고 팬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어쨌든 현재 사태는 축구인들이 만들어낸 참극이 아닌가. 저마다 할 말이 있겠지만 자기 목소리를 그만 내고 자중하기를 바란다. 진정한 자성이 아니라면 입을 다무는 게 백배, 천배 낫다.
축구 팬들에게도 부탁한다. 특히 울산 팬들의 속상함, 기자가 당사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홍 감독에게 배신당했다는 마음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국가대표팀의 실패를 바라는 목소리까지 한편으로 수긍이 간다. 지금은 홍 감독, 축구협회, 축구인, 언론을 욕해도 좋다. 그러나 이들이 만일 충분히 사과한다면(물론 충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겠지만), 욕 한 번 시원스럽게 하고 조금 봐주는 게 어떨까. 배신감, 낙심, 섭섭함, 걱정, 분노도 결국 축구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게 아닌가. 앞길을 축복하지는 못할지언정 저주까지는 퍼붓지 말자. 그간 홍 감독이 안겨준 작은 기쁨을 잠시라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질 수 있지 않을까.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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