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과잉 진료를 당연하게 만들어… 중증 질환에 한해 보장해야”

정해민 기자 2024. 7. 10.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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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前 고려대 안암병원장
박종훈 전 고려대안암병원장

박종훈(59)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정형외과)은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실손보험이 우리나라 의료 문화를 망가뜨렸다”며 “이대로라면 국민 전체가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건강한 미래와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을 위한 정책 포럼’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토론회·포럼 등에서 의료 과다 이용 문제와 실손보험의 부작용을 지적해왔다.

박 전 원장은 “실손보험이 과잉 진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부 실손보험 가입자는 의료를 과도하게 이용해 보험금을 많이 받고, 이를 돕는 의사도 있다”며 “1만~2만원짜리 물리 치료만 받아도 되는 환자가 10만원이 넘는 도수 치료까지 받는다”고 했다. 실손보험의 본래 취지는 건강보험을 보조해 가입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 취지와 달리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실손보험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박 전 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은 중증 질환에 한해 보장해야 한다”며 “보험 약관에 보장 가능한 중증 질환 목록을 상세히 적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의료 과다 이용을 부추기는 혼합 진료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혼합 진료 금지는 단번에 고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실손보험 개혁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 전 원장은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 한도를 줄이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는 있다”면서도 “의료 과다 이용 문제는 의료 이용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그대로일 것”이라고 했다.

의료 이용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부터 ‘리셋’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시절 만든 의료 시스템을 선진국이 된 지금까지 쓰고 있다”며 “건강보험이 생기기 전에는 병원에 쉽게 가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격으로 의료 이용을 통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어떤 치료가 자신에게 효율적일지 고민하지 않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치료는 다 받으려고 한다”며 “경증 질환은 환자가 의료비를 부담하게 하고, 중증 질환은 건강보험만으로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결국 건강보험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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