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이름 넣자 연결…임성근 구명 로비→격노→수사외압 의혹

배지현 기자 2024. 7. 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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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김건희 여사 연결고리 수면 떠올랐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하와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현악 4중주 문화 공연를 관람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컨트롤타워’로 지목된 인물이 ‘임성근 구명 로비를 브이아이피(VIP)에게 했다’고 주변에 말한 녹취가 공개되면서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김 여사 간 연결고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한 인연도 없던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을 콕 짚어 ‘혐의자에서 빼라’고 격노했다는 점 때문에 격노의 배경을 두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구명 로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임 사단장 곧 진급…“사표 내지 말아야”

지난해 8월9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공익제보자 ㄱ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4분13초간 이뤄진 통화의 녹취록을 보면,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을 뜻하는 ‘브이아이피’를 먼저 언급한다. ㄱ 변호사가 “그 사단장 난리 났대요”라고 말을 꺼내자 이 대표는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낸다고 그래 가지고 ㄴ이가 전화 왔더라고. 그래 가지고 내가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를 하겠다(라고 ㄴ에게 말했다)”라고 답한다.

문화방송(MBC)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올해 3월4일 통화에서도 자신의 개입을 인정했다. ㄱ 변호사가 ‘임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이 전 대표는 “그러니까 쓸데없이 내가 거기 개입이 돼가지고, 사표 낸다고 그럴 때 내라 그럴걸”이라고 말한다.

이 전 대표는 ‘구명 로비’ 외에도 군과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간다. 사실이라면 외압 의혹 사건은 인사 개입 의혹으로 번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소장(별 2개)인 임 사단장을 중장(별 3개)으로 진급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사표를 내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다. 이 전 대표는 “원래 그거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거잖아. 그래서 내가 브이아이피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 왜 그러냐면 이번에 아마 내년쯤에 발표할 거거든. 해병대 별 4개 만들 거거든”이라고 말한다. 해병대 최고위직인 사령관은 중장(별 3개)이다. 해병대에 대장(별 4개) 자리를 만들면 소장인 임 사단장도 중장으로 진급하기 수월해진다는 취지로 읽힌다.

경찰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취지의 대화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경무관인 한 경찰 인사를 언급하며 “오늘 ○○ 것도 연락이 와가지고 ○○ 것도 오늘 저녁때 되면 연락 올 거야”라고 말한다. ㄱ 변호사가 ○○이가 누군지 묻자 이 전 대표는 “○○○ 서울 치안감. 별 2개 다는 거. 전화 오는데 별 2개 달아줄 것 같아”라고 덧붙인다. 그는 “그래도 또 우리가 그 정도는 주변에 데리고 있어야 되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경무관의 승진 인사를 어딘가 부탁했고, 그곳에서 연락이 올 것을 기다린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해당 경무관은 치안감으로 승진하지는 못했다. 통화에 언급된 경무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전 대표를 아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브이아이피’ 누구인가 밝히는 게 핵심

해당 녹취록은 김 여사와 직접 연결된 인물이 ‘내가 브이아이피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고 스스로 진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전 대표와 김 여사의 관계를 고려하면, 김 여사가 청탁 창구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공수처 수사는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최근 ㄱ 변호사를 불러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의 관계 등을 물었다. ㄱ 변호사는 해당 녹취 등 관련 증거물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앞서 이씨와 전직 해병대 출신 경호처 관계자, ㄱ 변호사 등이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정황이 공개되면서 야권 등 일각에서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통로’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가 임 전 사단장과 김 여사 간 매개 역할을 해 초동 조사에서 과실치사 혐의자에 포함됐던 임 전 사단장이 최종적으로는 혐의자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도운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에서 “해당 골프 모임이 추진되는 자체를 알지 못했고, 그분(이씨)의 존재 자체를 모른다. 휴대전화에 그분 전화번호가 없다”고 답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수사기관은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보고 뺄 것과 넣을 것을 구분해 공적 수사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수사팀이 청문회 때 나온 얘기부터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내용을 살펴보고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성근 전 해병대1사단장이 지난달 13일 오전 경북 경산시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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