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크리에이터] 개성만점 ‘굿즈’로 부안을 브랜딩하다

정성환 기자 2024. 7.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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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크리에이터] 윤나연 시고르청춘 대표 <전북 부안>
지역문화·공감 담은 기념품 눈길끌어
농민 생산 농산물·공예품 판매 지원
각 읍·면 여행하며 디자인 영감 얻어
제품 만들어진 이야기 소비자와 공유
활동 본보기 삼아 여러 청년단체 생겨
전북 부안의 윤나연 ‘시고르청춘’ 대표와 청년들이 사무실에서 티셔츠 도안을 두고 회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고르청춘 디자이너 오현영씨, 총괄운영 옥성태씨, 윤 대표, 부안 청년단체 소금단의 김건수씨.

전북 부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약 15분 걸으면 파란 참새가 그려진 소품 가게가 나온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참새처럼 부안의 매력을 찾아내겠다는 소개 문구가 벽에 쓰여 있다. 가게 안은 부안 곳곳을 본뜬 소품으로 가득하다. 부안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바지락을 빗댄 ‘바지락도 락이다’라는 티셔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곳은 윤나연 ‘시고르청춘’ 대표(27)가 운영하는 소품 가게 ‘시고르잡화점’이다. 톡톡 튀는 디자인과 아이디어로 부안을 사로잡은 시골 청년 윤 대표를 만나봤다.

시고르청춘은 부안을 소재로 영상과 캐릭터 상품 등을 만드는 콘텐츠 기획·제작사다. 부안 출신 청년 3명이 함께 일하고 있으며 윤 대표는 총괄 기획을 맡는다. 티셔츠·후드티·그립톡·엽서·열쇠고리 등 만드는 제품도 다양하다. 이 굿즈(기념품)는 시골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유머가 담겨 있어 인기가 많다. 5월 부안마실축제에선 ‘부산 아니라 부안’ 티셔츠 등을 판매해 800만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시고르잡화점이 지어질 때부터 단골이라는 박기범(왼쪽)·은혜성군이 가족에게 선물할 티셔츠를 고르고 있다. 시고르잡화점 물건은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외지인에게 부안에 산다고 하면 꼭 ‘부산이요?’ ‘무안이요?’라는 질문이 돌아와요. 부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디자인에 녹였더니 오히려 관광객들도 많이 좋아해주더라고요. 부안에도 이런 힙한 기념품이 있다고 신기해해요.”

사실 4년 전만 해도 윤 대표는 부안과 연이 없었다. 전북 군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부모님을 따라 2020년 갑자기 부안으로 이사 왔다. 지방 국립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고 외교관을 꿈꾸던 그는 당시 부안에서의 생활에 지쳐 있었다. 부안을 떠날까 고민하던 그는 직접 청년이 일할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부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 일하며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결국 청년에겐 디자인이든 기획이든 공부를 써먹을 일자리가 필요하더라고요. 이전까지 프로젝트 기획을 많이 해봤으니 이 경험을 살리자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지역과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에 굿즈 사업을 시작했죠.”

시고르청춘은 지역 농부장터인 ‘파랑장’에 참여하는 귀농인 등 농민 약 15명이 생산한 친환경농산물·공예품 판매를 지원하며 인지도를 쌓았다. 변산면의 농부장터 파랑장은 2022년까지 일 매출이 평균 10만∼2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시고르청춘은 파랑장을 도와 파도를 닮은 캐릭터를 만들었고 장터에선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하면 캐릭터가 그려진 후드티와 에코백 등을 제공했다. 이후 파랑장은 평균 매출이 3배 이상 올랐고 일 매출 100만원을 넘기는 농부도 나왔다. 후드티를 받기 위해 일부러 더 구매하는 손님이 있을 정도였다. 윤 대표는 디자인 사업에서 가능성을 보고 본격적인 의류 제작에 나섰다.

좋은 디자인의 비결은 여행이다. 시고르청춘은 정기적으로 부안의 각 면을 돌아다니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 과정은 ‘영감여행’이라는 연속 기획영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간다. 제품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소비자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한 예로 줄포면에 영감여행을 갔을 땐 어미가 버리고 간 제비집을 보고 ‘줄포제비’ 티셔츠를 만들었다.

윤 대표는 “일주일 뒤 제비집을 다시 찾아갔더니 이미 둥지도 제비도 사라졌다”며 “둥지 하나 없이 떠나버린 제비가 마치 우리 지역 청년 같아 ‘줄포제비’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고르잡화점이 출범한 시점부터 이용한 단골 은혜성(15)·박기범군(15)은 “지금까지 부안에 이렇게 힙한 가게는 없었다”며 “레트로(retro·복고)하면서도 귀여운 물건이 많아 선물을 사러 자주 온다”고 만족해했다. 시고르청춘을 본보기로 삼은 청년단체도 생겼다. 부안 청년예술가 단체 ‘소금단’과 청년 교류 모임 ‘부안청년건강모임’, 변산면 봉사 모임 ‘변산 러너즈’ 등이다.

시고르청춘은 지난해 티셔츠 인쇄 장비를 구매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더 다양한 디자인의 의류제품을 업체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하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가게에 방문하는 손님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대로 인쇄하는 체험 상품도 계획하고 있다.

시고르청춘의 직원들과 고객들이 시고르잡화점의 발전을 다짐하고 있다.

“다른 로컬크리에이터를 보면 의식주 중에서 ‘식’이나 ‘주’를 많이 다루죠. 지역농산물을 가공하거나 관광자원을 활용한 숙박업 등으로요. 저희는 앞으로 ‘의’에 집중해서 부안을 풀어내는 선구자가 되고 싶어요. 지역의 문화와 공감대를 담아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기념품을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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