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쌀시장 안정의 조건

관리자 2024. 7.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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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산 쌀 가격은 올해 2월 중·하순 깜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수확기 시작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주식인 쌀의 특성상 가격이 너무 높아도 서민들은 부담을 느끼는 측면도 있지만, 이렇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쌀 유통 주체인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쌀시장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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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가격 하락세가 매우 가파르다. 2023년산 쌀 가격은 올해 2월 중·하순 깜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수확기 시작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6월말 기준 쌀 가격을 수확기(전년 10월∼12월 말)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벌써 8%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주식인 쌀의 특성상 가격이 너무 높아도 서민들은 부담을 느끼는 측면도 있지만, 이렇게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쌀 유통 주체인 미곡종합처리장(RPC)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쌀시장 기반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쌀 가격 하락 추세가 과거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2023년산과 유사하게 지속적인 가격 하락 추세를 보였던 건 2008년산·2013년산·2021년산을 들 수 있다. 3개 연도산 모두 수확기 평균 가격 대비 이듬해 단경기(7∼9월) 가격이 하락하는 역계절진폭을 기록해 RPC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이렇게 큰 역계절진폭을 기록한 이듬해에는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져 역계절진폭이 재현했다는 점이다.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민간 재고 5만t 매입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정부의 추가 대책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는 쌀값이 반등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매입 물량규모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정부도 현재의 쌀 수급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수확기 시점에서 올해 쌀 수급은 쌀 소비량 감소폭 둔화 등으로 10만t 이내의 과잉에 그쳐 가격 하락 압력이 높지 않으리라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양곡관리법’에서 규정한 시장격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수확기 때 시장격리는 시행되지 않았다.

이는 최근 3년 기준 쌀 소비량이 연평균 0.4% 감소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에 근거하고 있다. 쌀 소비량 조사 방식이 1인가구를 포함하는 현행 방식으로 변경된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쌀 연간 소비량은 연평균 1.7%씩 감소하고 있었는데,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감소폭이 0.4%로 크게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농업계가 환영할 만한 소식이지만 지금 현장에서는 이 수치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쌀 판매량이나 재고량 등을 토대로 보면 쌀 소비 감소 추세는 여전히 과거 이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통계청 조사치 기준으로는 쌀 소비량 감소세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제고하고, 쌀 공급과잉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에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변동직불제 폐지 등으로 쌀 가격이 급락했을 때의 대응방안이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시장격리 요건을 명문화했다. 시장격리 여부와 물량 판단 시 핵심적인 기준은 쌀 생산량과 소비량이다.

쌀을 포함한 통계청의 양곡소비량 조사가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시행되는 국가 통계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다만 어디까지나 표본조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 조사치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과 개선 작업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쌀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방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쌀 관련 통계의 정확성이라는 사실을 모두 유념해야 할 시점이다.

김종인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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