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아이폰 같은 화장품 도전' 세계 최초 피부재생 플랫폼 만든 송병호 SR바이오텍 창업자

최연진 2024. 7. 10.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화를 늦추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다. 당연히 화장품 업체들도 여기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리 노화 방지에 좋은 효과를 지닌 화장품을 만들어도 피부 속으로 들여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여기에 화장품 업계의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송병호(60) SR바이오텍 부회장은 약 20년간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떠나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창업했다. 화학과 교수였던 그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스피큘 화장품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송 부회장을 만나 스피큘 화장품의 비밀을 들어 봤다.

SR바이오텍을 창업한 송병호 부회장이 알텀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 '이데넬'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는 세계 최초로 피부 안으로 침투하는 스피큘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을 개발했다. 임은재 인턴기자

피부를 뚫지 못하는 화장품의 숙제를 해결

사람의 피부는 외부 침투를 막아내는 뛰어난 보호막이다. 아무 성분이나 쉽게 피부를 뚫고 들어가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화장품을 발라도 피부 속으로 뚫고 들어가기 힘들다. "액체 성분의 대부분은 피부 속 흡수율이 0.3%에 불과해요. 나머지 99.7%는 흡수되지 않고 피부 겉에 묻어 있죠.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 표면의 각질층에 묻어서 좋아 보일 뿐이죠.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주사나 약으로 피부 속에 유효 성분을 전달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송 부회장이 주목한 것이 스피큘이다. 스피큘은 동유럽 지역의 볼가강에 주로 서식하는 강장동물에서 실리콘 옥사이드라는 성분을 화학처리해 뽑아낸 물질이다. "2007년 세계 최초로 스피큘을 화장품에 적용했어요. 스피큘을 바늘처럼 만들어 유효 성분을 붙여서 피부 속에 들어가도록 만들었죠."

스피큘은 피부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생기 있는 피부를 유지하려면 노화된 피부를 밀어내고 새로운 피부가 나오는 피부 재생이 일어나야 해요. 이를 위해 바늘처럼 만든 스피큘로 노화된 피부 표면에 자극을 주면 면역 시스템이 발동해 오래된 각질을 밀어내고 새로운 세포가 올라오는 세포 분열이 일어나죠."

그가 만든 스피큘 바늘은 길이 250마이크론밀리미터(㎛m , 1,000분의 1㎜), 두께 25㎛m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0.02㎜ 두께의 바늘로 피부를 찔러 유효 성분을 진피에 전달하죠. 그래서 처음 발랐을 때 약간 따끔한 느낌과 함께 피부 재생을 위한 자극을 주죠. 이것이 스피큘 효과죠."

스피큘 효과는 자체 시험을 통해 확인했다. "인공 피부와 돼지 피부를 이용한 시험에서 침투율이 20%로 나타났어요. 침투율이 0.3%인 다른 화장품들보다 60배 이상 증가했죠. 관련 논문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혁신적인 스피큘 플랫폼을 만들다

스피큘은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키며 화장품 산업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스피큘 화장품이 아주 인기가 좋아 당시 홈쇼핑 채널에서 시간당 14억 원씩 팔았어요."

화장품 업계가 앞다퉈 스피큘을 도입하면서 스피큘 생산을 맡은 중국 외주업체 등 주변에서도 덕을 봤다. 중국 외주업체는 스피큘이 큰 인기를 끌자 생산량을 늘려 전 세계 스피큘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엉뚱하게 중국업체를 키워준 꼴이 됐죠. 이제 전 세계 유명 화장품 업체들이 대부분 중국업체에서 스피큘을 공급받아요."

송 부회장 덕을 본 것은 중국업체뿐만이 아니다. 제자나 직원들도 독립해 스피큘 회사를 차리면서 큰돈을 벌었다. "제자가 만든 회사가 스피큘 공급 관련 일을 하면서 연 300억 원씩 벌어요.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 큰 기여를 한 셈이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송 부회장은 스피큘 효과를 극대화한 혁신적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5년간 정부과제로 연구 개발한 끝에 스피큘에 어떤 성분이든 붙일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어요. 스피큘을 전달자로 사용하죠."

그는 이 기술을 '알텀'이라고 명명했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4종의 특허를 등록했거나 진행 중인 이 기술은 스피큘에 붙인 유효 성분이 피부 안에서 분리되는 것이 핵심이다. "스피큘에 붙인 물질이 피부 안에서 분리돼야 효력을 발휘하죠. 화학 결합은 특정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따라서 이를 분리하는 기술이 중요하죠. 다른 화장품 업체들은 스피큘에 여러 성분을 붙였다가 분리하는 기술이 없어요."

송 부회장은 스피큘에 주름 개선, 염증 완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펩타이드 성분을 붙였다. "아무리 좋은 펩타이드 원료를 사용해도 피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효과가 없죠. 스피큘을 이용해 이런 한계를 넘었어요."

그는 알텀 플랫폼 기술이 화장품 시장을 바꿔 놓을 것으로 본다.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화장품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올 것입니다."

송병호 SR바이오텍 부회장이 개발한 이데넬 화장품. 피부 노화를 막는 스피큘 기술을 적용했다. SR바이오텍 제공

알텀 기술 적용한 화장품 생산

알텀 기술을 적용한 '이데넬'이라는 상표의 화장품도 만들었다. 이데넬 화장품은 두 가지다. 토너와 크림 등 일반 화장품과 피부과 등에 공급하는 전문 제품이다. "2021년 출시한 4종의 일반 화장품은 그해 와디즈에서 화장품 분야 1등을 했어요. 현재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해요. 피부과에 공급하는 10여 종의 전문 화장품은 일반에 팔 계획이 없어요."

생산은 경기 성남에 위치한 공장에서 직접 만든다. 이곳에서 이데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의 화장품을 만들어 주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도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인정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인 cGM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화장품을 만들어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22716 인증도 받았죠."

매출은 지난해 약 82억 원을 올렸다. 하지만 개발 비용이 많이 들어 지난해 13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배 성장한 300억 원 이상 매출과 흑자 전환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 해외 수출을 확대한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 이데넬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 나온 전문가 제품은 총판을 통해 캐나다, 러시아 등 해외 병원에 공급하고 있죠. 해외 판매를 늘리기 위해 올해 초부터 미국과 유럽에 직원들이 상주해요. 하반기에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도 진출할 예정이어서 연말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겁니다."

후속으로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제품과 미백 효과를 지닌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의약품에 가까운 화장품을 개발 중이죠. 의약에도 알텀 기술을 적용할 수 있어서 바르는 비마약성 진통제를 만드는 비보존에서도 투자를 했죠."

송병호 SR바이오텍 부회장이 알텀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을 앞에 놓고 해외 진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아이폰 같은 화장품 만들 것"

연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송 부회장은 선문대에서 화학과 교수로 19년간 강의했다. 그는 화장품 방문 판매로 돈을 잘 버는 지인을 보고 2007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피부재생 효과를 지닌 물질에 호기심이 일었어요. 마침 지중해의 바다해면을 연구하는 이탈리아 제노아 대학과 독일 마인츠 대학의 교수들을 방문하면서 스피큘에 관심을 가졌죠."

창업 후 약 10년간 스피큘 화장품을 독점하면서 돈을 곧잘 벌었다. 특히 2015년 홈쇼핑 채널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해외 화장품 업체들도 관심을 가져 전 세계에 스피큘 화장품이 퍼지게 됐다.

그 바람에 유사업체들이 등장하고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위기를 겪었다. 특히 영업을 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강의만 하다가 영업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죠. 오죽하면 직원들이 저더러 영업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유통업체와 협상을 해야 하는데 모든 밑천을 다 보여줘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이 기술을 빼돌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회사가 너무 커지니 감당이 안 됐어요. 그래서 개발에 집중하고 회사 운영을 임원들에게 맡겼는데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면서 문제가 커졌죠. 일부 직원은 기술을 빼돌려 창업했어요. 회사에 가기 싫을 정도로 힘든 일을 겪으며 사람을 잘 뽑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결국 경영권을 매각해 위기를 넘겼다. 그는 대표에서 물러나 기술을 총괄하는 최고과학담당(CSO)을 맡았다. "기술은 뛰어나지만 약한 영업 능력이 문제였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19년 크레이버라는 화장품 전문 유통업체에 지분의 대부분을 매각했어요. 이소형 크레이버 대표가 SR바이오텍 대표를 겸하면서 크레이버의 자회사가 됐죠."

크레이버에 매각 후 회사가 다시 살아났다. "크레이버를 만나지 않았으면 기술이 사장됐을 겁니다. 부족한 영업 능력을 유통이 뛰어난 크레이버가 해결해 주면서 회사가 많이 성장했죠."

앞으로 그의 목표는 "알텀 기술의 세계화"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화장품이 인기를 끄는 K뷰티 바람이 불고 있어요. 하지만 주로 저가 화장품이 인기를 끌죠. 알텀 기술을 적용한 고급 제품으로 고급 화장품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요. 스마트폰 바람을 일으킨 애플의 '아이폰' 같은 화장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