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리튬 배터리 참사도 인간의 방심·중과실이다

경기일보 2024. 7.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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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는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화재 발생 초기 많은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의 특수성만 강조했다.

실제로 리튬 배터리 화재가 지금까지 봐온 화재와 다른 것은 맞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경험 못한 불길'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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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화성시 서신면의 아리셀 공장 모습. 경기일보DB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는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아리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다. 경찰은 문제의 아리셀 공장에서 이번 참사 이전에도 네 번의 화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2021년 두 번, 2022년 한 번, 그리고 지난달 22일 한 번 등이다. 지난달 22일은 참사가 벌어지기 불과 이틀 전이다. 당시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공정에서 발생했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전해액을 주입하면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해당 배터리를 분리해 보관하고 있었다. 내부 작업자가 불을 자체 진화했고 회사 측은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화재 전력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경찰은 네 번의 화재를 대형 화재 발생의 가능성을 회사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화재에 대한 회사 측의 중대 과실을 설명하는 정황으로 보는 것이다.

참변의 인재를 가늠케 하는 또 다른 정황도 확인됐다. 배터리 분리 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다. 리튬 배터리는 한 개만 폭발해도 주변으로 열이 전달돼 반응이 일어난다. 배터리를 최대한 분리해 보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찰은 ‘배터리를 한 곳에 모아둔 것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장 화재 현장에는 43명의 작업자가 있었고 이 중 12명만 탈출했다. 31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화재 발생 초기 많은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의 특수성만 강조했다. 높은 폭발력과 진화의 어려움 등으로 ‘경험한 적 없는 불’로 설명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제로 리튬 배터리 화재가 지금까지 봐온 화재와 다른 것은 맞다. 진화에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파고 들면 문제의 근본적인 출발은 역시 사람이었다. 네 번이나 화재가 났지만 쉬쉬했고, 분리 보관의 기본을 무시됐다. 인간의 의해 빚어진 또 하나의 예로 가고 있다.

걱정은 또 있다. 다른 리튬 취급 사업장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경기도가 사업장 31곳을 점검했는데 9건을 적발했다. 위험물 취급 원칙 위반이 5건, 유해화학물질 취급 원칙 위반이 4건이다. 소방 점검으로 위험물 보관 1건, 보관장소 미흡 1건 등 2건이 나왔고, 도특사경 점검에서 유해화학물질 혼합보관 2건, 보관장소 미표시 1건, 샤워시설 미작동 1건 등 4건이 나왔다. 모두 제2의 아리셀 참변으로 변할 시한폭탄과도 같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경험 못한 불길’은 맞다. 하지만 그 ‘경험 못한 불길’을 초래한 건 또 인간이다.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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