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정강에 “동맹국, 공동방어 투자의무” 명시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7.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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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우선주의’ 핵심 방침 채택
재선땐 한국 분담금 증액 요구할 듯

미국 공화당은 8일(현지 시간) 채택한 정강정책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이익을 중심에 둔 외교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며 “동맹국들이 공동 방어에 대한 투자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만들어 동맹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미 대선을 120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당의 핵심 방침으로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산하 정강정책위원회는 이날 국경 봉쇄, 인플레이션 종식, 군대 강화 및 현대화 등 20개 원칙을 담은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공화당은 정강정책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과 동일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제목을 붙였다. 특히 외교안보 관련 공약에서는 ‘힘을 통한 평화로의 귀환’을 강조하며 동맹국의 투자 의무와 동맹 네트워크 재구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지출 기준 충족은 물론이고 한국 등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공화당의 ‘공식 방침’으로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월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해 주길 바란다”고 말해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또 “미국 우선 경제정책을 추구한다”며 외국 상품에 대한 기본관세 부과와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철회 등도 정강정책에 포함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강정책 발표 뒤 소셜미디어에서 “이 의제는 우리가 백악관을 되찾고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강력한 약속”이라며 “미국은 단호한 공화당의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정강정책에 ‘MAGA’ 담은 공화당, 8년만에 ‘트럼프 당’됐다

[요동치는 美 대선]
中서 전략적 독립, 보편-보복관세 등… 20개 원칙, 트럼프 대선 공약 그대로
힘에 의한 평화-동맹 재건도 강조
16쪽 분량… 남북한 직접 언급 없어


‘미국 우선(America First): 상식으로의 복귀.’

미 공화당이 8일(현지 시간) 압도적 지지 속에 채택한 정강정책의 서문 제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국 우선주의가 공화당 정강정책의 슬로건이 된 것이다. 2016년 공화당 정강정책의 서문 첫 줄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믿는다”였다. 1854년 창당해 에이브러햄 링컨과 로널드 레이건 등을 배출한 170년 역사의 공화당이 8년 만에 ‘트럼프의 정당’으로 바뀌었음을 선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강정책 작성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강정책에 실린 20개 원칙엔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언급해온 대선 공약이 거의 그대로 담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글로벌 질서 재편에 나설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 중국 압박하며 ‘전략적 독립’ 추구

공화당이 이번에 채택한 정강정책에는 10개 분야의 공약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조해온 인플레이션 종료 등 물가안정이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됐다. 불법이민 차단, 세금 감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다섯 번째 공약인 ‘불공정 무역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농부 보호’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전략적 독립(strategic independence)’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국에 대한 무역 최혜국 대우 철회, 필수품 수입의 단계적 중단, 미국 내 부동산 및 기업 구입 금지 등을 제시했다. 이는 중국과 ‘전략적 디커플링(Decoupling·분리)’을 주장해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 ‘전략적 독립’이라고 다르게 표현했지만,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해서만 ‘위험 축소(디리스킹)’ 정책을 펴온 조 바이든 행정부와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해 공화당은 “외국산 상품에 대한 기본 관세를 지지하고, 상호무역법을 통과시키며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10% 세율의 보편적 기본관세와 무역흑자 규모에 따른 보복관세 부과를 아예 당 방침으로 못 박기도 했다.

정강정책에는 “바이든의 전기차 및 기타 명령을 취소하고 중국산 차량 수입을 방지해 미국 자동차 산업을 부활시킬 것”이라고 밝혀 전기차 보조금 재검토 가능성도 시사했다.

● 강한 군사력과 동맹국의 투자 강조

외교·안보 분야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약한 외교 정책으로 미국을 전 세계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힘으로 평화를 되돌리고, 군사력과 동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동맹국이 공동 방위에 대한 투자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유럽에서 평화를 복구해 동맹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국은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정책과 관련해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강하고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국가들을 지지하고 다른 국가와 평화와 무역을 통해 번영할 것”이라고 했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에 대한 억제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정강정책에는 한국이나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2016년 정강정책은 북한을 “김씨 가문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며,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명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정강정책은 16쪽 분량으로 60쪽이었던 2016년에 비해 크게 줄었고, 구체성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불필요하게 장황한 정강정책을 내놓으면 우리 적이 유권자들에게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할 재료가 많아질 뿐”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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