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딸 때 쾌락 잊지 못해서"…10대의 도박 이야기

이혜수 인턴 기자 2024. 7. 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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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 유튜브 '10대 청소년 도박 이야기' 영상
(사진=유튜브 서울경찰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혜수 인턴 기자 = 도박에 빠졌던 10대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8일 서울경찰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직 경찰과 10대 청소년이 경험한 '청소년 도박'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영상엔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 김 군의 실제 경험부터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을 만나 온 박정훈 경장, 김성호 경장의 이야기가 담겼다.

중학교 2학년 김○○군은 "SNS 보다가 공짜로 돈을 준다고 해서 회원가입을 했다"며 "호기심에 (돈을) 충전하고 바카라(카드를 이용한 도박)를 했다"며 도박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그는 도박으로 딴 30~50만원 정도를 "밥 먹거나 옷 살 때 썼다"고 했다.

김 군이 도박을 지속한 이유는 간단했다. 김 군은 "돈을 딸 때 쾌락이 좋아서 (한다)"며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는 생각과 성취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김 군은 도박의 굴레가 이뤄지는 과정에 관해서도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한순간에 망한다. 1만원으로 2만원 따고, 2만원으로 4만원 따고, 4만원으로 8만원 따면 그걸 끝낸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 소액으로 시작하더라도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반복해서 충전하면서 결국 다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박 자금을 위해) 또 친구한테 돈을 빌린다"며 "미성년자 신용불량자랑 똑같은 거다"라고 말했다.

강동경찰서 수사과의 박정훈 경장은 청소년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쉽게 접근하고 가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도박 사이트의 가입 절차가 정말 간단하다"며 "사이트에 접속해서 회원가입하고 사이트 운영자와 접촉해서 금융계좌와 이름을 알려주면 명의를 확인 후에 절차가 완료된다"라고 말했다.미성년자도 쉽게 접근해서 가입할 수 있다.

박 경장은 이에 관해 "실제로 (돈을) 따기도 한다"며 "베팅한 쪽이 이기게 되면 보통 2배 배당률로 지급이 되고 만약 지게 되면 베팅했던 금액을 모두 잃게 된다"라고 전했다.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김성호 경장은 청소년의 도박이 또 다른 범죄 피해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면담했던 학생이 20일에 걸쳐서 사이버 도박 바카라에서 400만원을 잃었고 도박 자금을 위해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해서 폭행을 입는 이차적인 범죄 피해자가 되는 사례를 경험했다"라고 말했다.

박 경장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으로 인해서 주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고 절도, 사기, 학교폭력 등 2차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이 말하는 청소년 도박의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직접 노동해서 돈을 벌어 본 경험 없이 도박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청소년은 '클릭 몇 번의 불로소득'에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관악경찰서 청소년 정책자문단 위다해 학생은 "불법 도박을 하다가 그만둔 친구가 있는데 그는 돈이 필요할 때 아르바이트하지 않고 주식, 가상화폐 거래를 하는 등 방법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며 "클릭 몇 번으로 큰돈을 잃고 따고 하다 보니 육체적인 노동으로 얻는 돈에 만족해 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처벌도 중요하지만 도박을 예방하는 것과 도박을 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경장은 "도박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친구들을 발굴하면 처벌만이 목적이 아니라 한국도박예방치유원 같은 곳에 상담 연계를 통해서 도박의 굴레를 끊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전했다.

박정훈 경장은 "도박을 한 행위에 대한 처벌도 매우 중요하지만 애초에 불법 도박을 시작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도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도박 문제를 겪고 있다면 117(학교폭력신고센터), 1336(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 연락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o102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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