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초만에 ‘피해자 심적 고통 담아’ 고소장… 더 똑똑해진 리걸테크

황규락 기자 2024. 7. 10.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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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법률 서비스 진화
그래픽=이진영·Midjourney

“피해자의 심적 고통이 잘 드러나게 사기죄에 대한 고소장 초안을 작성해 줘.”

로앤컴퍼니의 대화형 법률 인공지능(AI) ‘수퍼로이어’에 물어보니 약 25초 만에 “고소인은 노령의 연금 생활자로 평생 모은 재산을 빌려줬으나 사기 행위로 생계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고소장을 작성해 줬다. “보이스피싱 사건 중 형이 감경된 사례만 알려줘” “검사의 반대신문 사항 예측해 줘” 같은 요청에도 AI는 막힘 없이 대답했다. 수퍼로이어는 오픈AI의 챗GPT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등 여러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법률 AI 서비스다. 판례 검색부터 요약·정리는 물론 서면 초안 작성, 심문을 위한 질문지 작성 등이 가능하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는 9일 “고정밀 검색 기술과 팩트 체크 시스템으로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법률가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진영

◇법과 만난 AI

법률 서비스에 AI 기술이 결합되며 리걸테크 산업이 진화하고 있다. 예전엔 판례 검색 정도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AI가 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뒤져 필요한 판례를 빠르게 정리하고 답변서 등 문서 작업까지 한다. 변호사의 일상 업무를 대신할 수준으로 발전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퓨처마켓인사이츠(FMI)에 따르면, 2024년 296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은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해 2034년 680억4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법률 AI 서비스는 공개된 판례와 법령, 주석, 법학 논문 등을 사례별로 분류해서 학습한다. 이후 사용자의 질문을 키워드로 나눠 분석한 뒤 미리 학습한 데이터 중 관련성이 높은 것에 가중치를 매겨 가장 적합한 답변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AI가 잘못된 사실을 제공하는 이른바 ‘환각현상’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수퍼로이어는 신뢰도 높은 데이터베이스를 미리 확보해 두고, 여기서 사용자 질문과 연관성이 높은 데이터를 찾아 LLM에 제공해주는 검색증강기술(RAG)을 활용한다. LLM이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답변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는 학습량도 중요하다. 수퍼로이어는 법률 서적 전문 출판사 ‘박영사’를 통해 1350종, 100만 페이지 분량의 법률 콘텐츠를 학습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가 특정 사건과 유사한 과거 판례들을 찾아낸 뒤 형량의 중간값을 산출하는 식으로 형량을 예측한다. 심문 과정에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등 보충 자료도 제공할 수 있다. 로앤컴퍼니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함께 한국 법률 특화 LLM 모델인 ‘솔라리걸’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올해 안에 기업형 AI 법률 모델을 만들어 법무법인 화우에 공급할 예정이다.

◇판례 검색도 2분 만에 뚝딱

국내 리걸테크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BHSN’은 기업 계약·자문 등 법률 업무를 효율화하는 AI 설루션 ‘앨리비’를 운영하고 있다. 앨리비를 활용하면 몇 시간씩 걸리는 계약서 작성 업무를 10분 만에 끝내고, 내용 중 법에 위배되는 사항이나 수정할 부분을 AI가 확인해 줄 수도 있다. 한국을 넘어 베트남과 중국 등 해외 법령과 판례를 기반으로 한 AI 서비스를 만들어 글로벌 진출 기업들에 제공할 계획이다.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엘박스는 변호사용 AI 서비스 ‘엘박스AI’를 선보였다. 법률 리서치를 위해 30분 넘게 걸렸던 판례 검색을 2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

다만 AI의 고질적인 ‘환각 현상’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들의 법률 특화 LLM들도 환각 현상 비율이 17%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를 최대한 줄이면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도 넘어야 할 산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일반인들이 직접 소송 등 법률 관련 질문을 하면 24시간 안에 AI가 무료로 대답해 주는 ‘AI대륙아주’를 내놓았지만, 변협은 해당 서비스가 ‘무료 법률 상담’을 금지한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리걸 테크

법(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첨단 기술을 활용해 법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법률 문서를 작성하거나 검토하고, 판례 검색과 법률 자문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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