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당에 유령 후보 많았다? 영국 시끌
개혁당 “서류만 미비, 모두 실존”
지난 4일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5석을 얻어 원내 진입에 성공한 영국개혁당(Reform UK)이 ‘가짜 후보’ 논란에 휩싸였다. 개혁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 중 상당수가 실존 인물이 아닌 ‘페이퍼(paper) 후보’라는 것이다.
8일 영국 가디언은 “개혁당 소속 후보들 중 일부가 후보 등록 절차에서 사진과 약력, 연락처를 누락하고 선거운동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영국 선거법상 총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이름, 거주 중인 선거구, 대리인과 지역 유권자 10명의 추천만 있으면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이후 개혁당 공식 홈페이지에 사진이나 약력 없이 이름과 지역구만 기재돼 있는 후보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전체 후보 609명 중 18%에 달하는 115명이 이런 ‘페이퍼 후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에선 통상 해당 지역구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투표함을 개봉하는데, 특정 지역구에선 개혁당 후보들이 아예 개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의심에 불을 지핀 것은 런던 클래펌 지역구에 출마한 개혁당 후보 마크 매트록의 선거 프로필 사진이었다. 생성형 AI(인공지능) ‘챗GPT’가 그린 듯 부자연스러운 그의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여기에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던 녹색당 후보가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 번도 매트록을 본 적 없고, 투표함 개봉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가짜 후보’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논란이 커지자 매트록은 급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가디언에 “넥타이 색을 바꾸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진을 보정해야 했다”며 “개표장에 가지 못한 것은 폐렴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혁당도 “당의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서류상 후보’를 내놓은 것은 맞는다”고 시인하면서도, “출마한 모든 후보는 실존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개혁당이 해명에 나섰지만, ‘가짜 후보’ 논란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에서 개혁당이 이룬 성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이 각 정당 후보에 투표한 총 득표수를 나타내는 정당별 득표율(popular vote)은 14%에 달해 노동당(33.8%), 보수당(23.7%)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위로 내려앉은 자유민주당은 “모든 후보가 실존 인물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개혁당을 압박하고 있다.
가디언은 “만약 (후보 조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심각한 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개혁당의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선거 운용을 불투명하게 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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