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 붙이고, 금 뿌리고, 무늬 새기고… ‘공력의 예술’ 동아시아 칠기들
동아시아 칠기(漆器)는 시간의 예술이다. 아주 잘게 썬 자개 조각을 치밀하게 붙이거나(한국), 금가루를 정교하게 뿌리고(일본), 겹겹이 칠한 층 위에 무늬를 새기기(중국) 때문에 땀과 공력이 많이 들어간다. 삼국 모두 옻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수액을 도료로 써서 다양한 칠기를 제작했지만, 기법과 개성은 저마다 다르게 발전해 왔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일 개막하는 한·중·일 국립박물관 공동 특별전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는 수천 년간 집약한 삼국의 칠기술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진귀한 자리다. 진주빛 영롱한 자개를 붙여 꾸민 한국의 나전칠기, 금가루를 뿌려 장식한 일본의 마키에(蒔繪), 칠 위에 섬세하게 무늬를 새긴 중국의 조칠기(彫漆器) 등 3국의 칠기 걸작 46점을 한자리에 펼쳤다.
고대부터 명·청대에 이르기까지 옻칠 기술을 발전시킨 중국에서도 압권은 조칠 기법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번갈아 겹겹이 칠하고 깎아서 장식한 명나라 ‘조칠 구름무늬 탁자’, 붉은 옻을 두껍게 칠하고 사각형 테두리 안에 용·꽃·곡선무늬를 새긴 청나라 건륭제 시기의 ‘조칠 산수·인물무늬 운반 상자’ 등이 정수로 꼽힌다.
한국의 나전칠기는 천년을 이어 사랑받아 온 대표 공예품. 특히 세밀가귀(細密可貴)라고 하는 고려 나전은 △아주 잘게 썬 자개 조각을 조합해 무늬를 엮어 정교하고 치밀하며 △대모(바다거북 등딱지)의 뒷면을 채색한 뒤 기물 표면에 붙여 붉은빛·주황빛·노란빛이 환상적으로 빛나고 △무늬 구성에 금속 선을 넣은 고난도 기법을 활용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모란·넝쿨무늬가 어우러진 13세기 경전 상자,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인 조선 19세기 ‘나전 칠 십장생무늬 이층 농’이 감탄을 자아낸다.
일본에선 옻칠로 그린 무늬에 금가루나 은가루를 뿌리는 장식 기법 ‘마키에’를 발전시켰다. 15세기 무로마치(室町) 시대에 만든 연못무늬 경전 상자, 16세기 중반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수출하려고 만든 상자 등이 출품됐다. 9월 22일까지. 성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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