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 안 한 김 여사도, 답 안 한 韓 후보도 이해 안 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명품 가방 문제 사과와 관련해 보낸 문자 5건 전문이 공개됐다. 김 여사는 1월 15일부터 25일까지 보낸 문자에서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며 사과 의사를 여러 차례 한 전 위원장에게 나타냈다.
이를 두고 친윤계는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이 없어 문자에 답하지 않았다”는 한 후보 측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김 여사 사과 의사를 무시한 한 후보의 정무적 판단 오류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반면 한 후보는 9일 TV토론에서 “김 여사가 사과의 뜻이 없다는 의사를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 “사과 주체는 대통령실”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에서는 사과 의사가 있었다면 한 후보 반응과 상관없이 김 여사가 사과하면 됐는데 안 했다고도 했다.
김 여사와 한 후보 간 문자 내용이 6개월 뒤 국민의힘 전당대회 중에 공개된 것은 대통령실과 김 여사, 친윤의 한 후보에 대한 공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정치 문제와는 별개로 김 여사와 한 후보가 당시 보인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당시 총선을 이끈 한 후보는 김 여사가 여러 번 사과 의사를 밝힌 이상 즉각 받아들여 대통령실과 논의하면 될 일이었다. 한 후보는 문자에 답하면 국정 농단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김 여사의 사과 의사를 수용하는 것이 국정 농단과 무슨 상관이 있나. 대통령실이 실제로 사과를 거부했다면 김 여사 사과 의사만이라도 공개할 수 있었다. 선거 직전에 비대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찾고 최선을 다해야 했다.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무시해 김 여사가 사과를 못 했다는 얘기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김 여사가 사과할 뜻이 있었다면 한 후보 반응과는 상관없이 그때나 지금이나 바로 사과하면 될 일이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면 김 여사에 대한 광범위한 비호감은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과한다는 얘기는 전혀 없다. 정부 여당 전체가 김 여사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는데, 두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다툼만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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