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M캐피탈 3000억 수혈에도…'유동성 공급 vs 이자 장사' 논란
양도담보 조건의 최대 3000억원 규모 대출 계약 맺어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메리츠증권이 여신전문금융사 M캐피탈에 최대 3000억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갈리고 있다. 유동성 공급이라는 긍정적인 시각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악조건의 이자장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M캐피탈 핵심 자산을 양도담보로 하는 데다 대출 금리를 10%대로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23일 M캐피탈에 M캐피탈의 약 7695억원 규모의 핵심 자산을 양도담보로 잡고 최대 3000억원의 대출을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도담보로 잡은 자산은 M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와 신기술 투자조합 등 출자금과 사채, 인수금융, 신탁 2종 수익권 등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28일 1차로 1000억원의 대출을 실행했고, 지난달 19일 2차로 1000억원을 지급했다. 또한 지난달 28일 3차로 500억원을 조달해줬다.
해당 계약으로 M캐피탈은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해소하게 됐다. M캐피탈은 최근 수년간 이어져 온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되는 등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메리츠금융 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덮친 캐피탈업계의 유동성 위기를 조기 진화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M캐피탈은 우량자산을 담보로 갖고 있어 적정 수준의 합리적인 금리를 적용해 유동성 자금을 지원했다"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한 후 잠재 성장성이 높은 M캐피탈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메리츠증권의 해당 계약에 대해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에 양도 담보를 하는 형태로 대출을 실행했다. 양도담보는 담보한 자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고 대출을 못 갚을 때 채권자가 양도담보 자산에서 빚을 먼저 상환받는 계약 조건이다. 해당 계약으로 담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은 메리츠증권에 우선 귀속되게 됐으며, 담보 자산 중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메리츠증권이 행사하게 됐다. 또한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담보물을 처분할 권리도 갖게 됐다.
대출 금리도 논란이 됐다. 설정 기본 금리는 9% 중반이지만 M캐피탈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적 이슈가 발생시 금리가 10% 초반까지 올라가는 스텝업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월 24일 M캐피탈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현재 'A-(부정적)'인 M캐피탈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양도담보 형태 계약으로 M캐피탈의 담보물에 대해 큰 권리를 행사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고금리를 적용해 이자 장사의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M캐피탈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범죄 혐의에 연루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ST리더스PE가 M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새마을금고의 관계자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원석 ST리더스PE 전 대표와 최우성 M캐피탈 부사장 등 관련자들 대부분은 2심까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이에 M캐피탈에 자금 조달을 하려는 금융기관들이 없었고, 게다가 새마을금고로부터 GP 교체 요구를 받던 상황이었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NH투자증권과 함께 금리 10.3%에 2300억원을 M캐피탈에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ST리더스PE는 이를 거절했다. 새마을금고가 사법리스크가 있는 ST리더스PE의 GP 교체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어서다. 업계 일각에선 이러한 상황 속에 메리츠증권이 ST리더스PE가 GP 지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리한 담보 대출 계약을 성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M캐피탈이 자금 상황이 여의치 않아 도와달라고 요청해서 진행된 딜이며 합리적으로 양측이 조율해서 금리를 맞췄고 금리 자체도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을 도와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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