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8] 인천 마른 밴댕이 무침
더 늦으면 제철 밴댕이회 맛보기 어렵다는 말에 점심 약속을 뒤로하고 연안부두로 향했다. 낯익은 밴댕이회무침 거리다. 20여 년 전, 기상악화로 백령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하룻밤을 연안부두에 머물며 처음 밴댕이회를 맛보았다. 그 뒤로 3, 4월이면 회유하는 어류처럼 찾았다. 이곳에서 밴댕이라 부르는 어류는 청어목 멸칫과 ‘반지’가 표준명이다. 그리고 표준명 밴댕이는 ‘디포리’라고도 하는데 청어목 청어과다. 밴댕이회는 싱싱해 만족했지만, 무침은 살짝 아쉬웠다. 상추, 깻잎, 오이 등 무침에 잘 어울리는 계절채소보다는 양배추와 당근이 많다. 무침에 상추, 양파 등은 물이 많이 생기지만 양배추는 시간이 지나도 물이 쉬 생기지 않는다. 무침에 물이 생기면 식감도 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주문과 함께 계절채소로 무침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목이 말라 밥보다 먼저 막걸리에 손이 갔다. 안주는 회도 무침도 아닌 반찬으로 나온 마른 밴댕이다. 한 점 입에 넣었는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것도 밴댕이요. 디포리가 아니요’라며 밴댕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리고 목포에서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연안부두와 지척인 강화도 연안도 밴댕이 산지인데, 왜 먼 곳에서 가져오는 것일까. 강화도 밴댕이를 찾는 사람이 많아 현지에서 소비되는 것도 부족하다. 그래서 목포나 신안에서 가져온다. 맛도 강화산 못지않다.
남해안에서 밴댕이를 잡을 때는 멸치를 잡는 정치망이나 낭장망을 사용한다. 서해안에서는 새우 잡는 안강망이나 닻배로 잡는다. 밴댕이는 멸치나 새우를 잡는 그물에 들어온 부수 어획물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바뀌었다. 잡는 어민이나 맛을 보던 소비자나 모두 만족한다. 이제 밴댕이는 봄철 대표 어류로 바뀐 지 오래다. 밴댕이회는 전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찾는 끝물이지만 마른 밴댕이는 계절을 잊을 것 같다.
과자가 귀한 시절에 마른 밴댕이는 바다 마을 아이들 간식이고, 어른들에게는 술안주였다. 계산대 옆에 마른 밴댕이를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마른 밴댕이는 육수를 만들 때도 이용한다. 그 맛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식사를 마치고 마른 밴댕이를 사간다. 식당에서 인기 좋은 효자 품목으로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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