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7월은 안 되고 8월은 되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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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깨고 다음 달부터 집에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다.
'도시가스 요금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에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홀수 달에 조정한다고 돼 있고,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홀수 달에 요금을 조정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가스공사는 요금 인상이 7월에는 되고 8월에는 안 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2%대 물가 상승률을 지키기 위해 가스 요금 인상을 한 달 미뤘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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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깨고 다음 달부터 집에서 쓰는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다. 서울에 산다면 6.8% 인상돼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에 3770원가량 부담이 커진다. 주택용 도시가스는 그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돼 한국가스공사 입장에선 팔면 팔수록 손해였다. 역마진 구조로 쌓인 가스공사의 손실은 13조5000억 원으로 30년 치 인건비를 웃돈다. 전 직원한테 30년 동안 한 푼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켜도 손실을 털어낼 수 없다. 손실을 줄이기 위한 요금 인상은 기정사실이었다.
인상 시점이 여름이 될 것 역시 예견됐던 일이다. 난방을 할 필요가 없어 당장 요금 인상이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겨울 각 집으로 날아든 ‘난방비 폭탄’ 고지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끌어내릴 정도로 파장이 컸다. 찬 바람이 불며 난방비 부담을 체감하기 전에 가스 요금을 올려야 정치적 부담이 작다.
다만 인상 시점이 8월인 건 의외라는 말들이 나왔다. ‘도시가스 요금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에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홀수 달에 조정한다고 돼 있고,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홀수 달에 요금을 조정했다. 가장 최근에 가스 요금을 올렸던 달도 지난해 5월이었다. 게다가 정부는 1일 “이달 중 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불과 나흘 뒤 “다음 달부터 요금을 올리겠다”고 나서는 모습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도시가스 요금은 정부가 언제든지 올릴 수 있다. 홀수 달 조정은 시행 지침일 뿐 법적으로 요금 조정 시기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진 않다. 가스공사가 요금 조정 여부 등을 보고하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결정하면 된다. 실무를 담당하는 가스공사는 요금 인상이 7월에는 되고 8월에는 안 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업계는 정부가 이달 가스 요금을 동결하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협의 중”이라고 했던 말을 통해 미뤄 짐작할 뿐이다.
2%대 물가 상승률을 지키기 위해 가스 요금 인상을 한 달 미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달 2.4%까지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은 이달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유류세 인하 폭이 축소된 데다 폭염과 장마로 농산물 가격 오름세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보통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하는데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은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기저효과까지 더해진 마당에 가스 요금까지 얹힐 순 없었을 것이라는 말을 마냥 억측으로만 볼 수 있을까. 당장 눈앞의 숫자를 관리하기 위해 해왔던 소소한 ‘통계 마사지’ 중 하나가 아니라는 건 정부가 설명해야 할 몫이다.
정부는 두루뭉술한 ‘비상시’를 근거로 계속 원료비 연동제를 무력화하며 원료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요금 인상도 미뤄왔다. 두 달에 한 번씩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을 요금에 반영하는 원료비 연동제는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요금 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1998년부터 시행돼 왔다. 하지만 앞선 정부들은 가스 요금을 ‘정치 요금’으로 만들어 왔고 현 정부도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그 결과 남은 건 세금으로 메워야 할 공공기관의 손실이다. 이제는 정말 가스 요금을 투명하게 결정할 독립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앞으로도 안정성과 객관성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
박희창 경제부 차장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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