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10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 쏟아진다… 우리집 가정부도 로봇?
7회째인 AI 관련 국제 행사에… 휴머노이드 로봇-자율주행 부각
전기차 이어 中 ‘과학 굴기’ 현주소… 중앙-지방 정부 전폭 지원에 급성장
테슬라-오픈AI 등 美 업체들도 총력… AI-로봇 개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
AI 분야에서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 중인 미국의 테슬라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2세대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테슬라는 실제 운용 가능한 모델 대신 전시용 모델을 이번 행사에 배치했다. 테슬라 측은 영상을 통해 1세대에 비해 걷는 속도가 빨라지고, 손동작은 훨씬 자연스러워진 옵티머스 2세대의 모습을 소개했다. 현장에서는 영상 속 모습을 보고 “기술적으로 중국 업체들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 로봇과 자율주행 등 미래 AI 기술 선보여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한 세계AI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AI 기술이 가장 복합적으로 적용되며, 향후 가정, 기업, 군대 등에서 가장 폭넓게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장에 나온 로봇들은 대부분 AI와 로보틱스 기술이 접목된 형태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텍스트 기반의 대규모언어모델(LLM), 이미지와 동영상을 포괄하는 대형멀티모달모델(LMM)을 이용해 상황을 인지하고 실제 행동까지 하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의 결정체인 셈.
대회에선 약 1500년 전 ‘둔황(敦煌) 고서’를 AI 기술로 복원해냈고, 사고로 팔목 아래를 잃은 남성이 로봇 팔로 붓글씨를 쓰는 시연도 공개됐다. 업체 측은 “뇌 신경과 로봇 팔을 연결해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으며, 0.1mm까지 정밀 조작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함께 미래 시장성이 밝은 것으로 점쳐지는 AI 기반 자율주행차도 큰 관심을 끌었다. 행사 당일 38도를 웃도는 폭염이 쏟아졌지만 행사장 밖에선 자율주행차를 체험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사장용 앱(애플리케이션)을 열고 인근 정차 지점을 선택하니 잠시 뒤 무인 택시가 도착했다. 차량에 탑승해 휴대전화 뒷번호 4자리를 입력하자 스스로 출발했다. 안전요원 없이도 총 10km의 행사장 주변을 돌며 18개 교차로를 거침없이 통과했다. 제작 업체인 PONI.AI 측은 “L4 단계(운전자 필요 없는 수준)의 차량 30만 대를 이미 주문받아 생산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의 로빈 리 최고경영자(CEO) 역시 대회 기간 열린 포럼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본 모델, 벤치마크(성능 측정 기준) 점수 등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오픈AI가 엄청난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지만 과연 누가 혜택을 받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AI 기초 연구뿐 아니라 로봇이나 AI 단말기 등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로 응용하는 데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가격 점차 낮아지며 상용화 눈앞
중국은 2025년을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생산의 원년으로 삼고 상용화 준비에 한창이다. 행사장 한쪽에서 태극권을 펼치고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 ‘쿠아푸’는 현재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의 차량 조립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한지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별도의 로봇 조립 라인을 만들지 않고 기존 전기차 라인을 이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인 모터 등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며 로봇 판매가도 내려가고 있다. 5월 중국 제조사인 ‘유니트리’는 키 127cm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9만9000위안에 판매하기도 했다. LLM 등이 활용된 최고 성능의 버전은 아니지만, 한화로 200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매할 수 있어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런 움직임 속에 관련 시장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4월 발표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규모는 올해 27억6000만 위안에서 5년 뒤인 2029년 750억 위안으로 30배 가까이 급성장하고, 중국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32.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이 앞다퉈 지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로봇 상용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실제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중국의 주요 대도시에는 대규모 로봇혁신센터를 만들고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의 시각도 엇비슷하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 380억 달러(약 52조6000억 원) 규모로 커지고, 로봇 출하량은 140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전 분석보다 시장 규모를 6배 넘게 높여 잡았다. 골드만삭스는 “로봇 제조 비용 감소와 AI 기술 발달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처럼 차세대 필수 전자기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중, 로봇 개발 가이드라인도 발표
행사장에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기업들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기업은 LLM의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오픈AI. 이 회사는 올해 초 AI로봇 스타트업인 ‘피규어AI(Figure AI)’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사내에 ‘로봇 전담팀’을 구성하고 피규어 등 로봇 업체들과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중국과 첨단 기술력을 앞세운 미국의 대결이 전기차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번 대회 기간 중 ‘휴머노이드 로봇 거버넌스’도 발표했다. 주최 측은 “공개 서명 방식으로 발표된 업계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지방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 센터와 AI산업협회, 상하이법률학회 등이 함께 만들었고, 총 30개 조항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설계와 제조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 되고, 사용자는 관련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1일 AI 개발에서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결의안을 유엔에서 통과시키는 등 AI와 로봇 관련 국제 기준 마련에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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