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우리의 험난한 평균 결혼식
인생에 한 번 뿐이라는 마법…우리의 험난한 평균 결혼식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9만여 건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40%나 급감했다. 결혼에 대한 태도도 함께 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남성 48.7·여성 31.9%, 20대 남성 41.9%·여성 27.5%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결혼하지 않은 주된 이유. 모든 연령대에서 결혼자금을 1위로 뽑았다.
■'집값'빼고도 결혼 준비에만 6천만 원 넘어 …결혼업계는 '시가?'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한 결혼 정보업체가 기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 평균 비용은 3억 원을 넘었다. 집값을 제외하고도 6천만 원이 넘는 수치다. 결혼식,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이하 스드메), 신혼여행 등만으로도 한 사람의 연봉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내면서도 잘 구매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예식장과 스드메 등 전반적인 웨딩 업계는 소비자가 가격을 알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 2020년 한국 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국내 예식장 중 홈페이지에 상품별로 세부 가격을 표시한 예식장은 전체의 단 8%에 불과했다. 비교가 불가능한 정보 비대칭의 시장. 소비자가 홀로 가격을 알아봤는지, 플래너를 끼고 알아봤는지, 웨딩 박람회를 통했는지 등 예약 방식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여기는 우리 플래너 업체가 하는 곳이라 이 가격에 해주는 것이라 말하고 여기는 직영이다 보니까 이 가격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비교해 보니까 똑같은 옵션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이 가격이 아닐 수가 있구나' '더 알아보고 할 걸…." (김다영, 예비신부)
■웨딩플레이션에 추가금 돌리기
예식장 잡기부터 만만치 않다. 1년 치 예약은 마감되기 일수. 터무니없는 요구도 잇따른다. 토요일 성수기 기준으로는 350명의 보증 인원을 제시하지만 ,착석은 220명만 가능하다. 입장곡을 바꾸는데 한 곡당 5만 원의 추가금이 들고 1년 뒤 예식을 계약 일주일 만에 취소해도 취소비를 내야 한다.
예식 외 비용도 마찬가지다. 드레스 피팅비를 내지만 사진은 찍을 수 없고 자신이 직접 드레스를 보고 고를 수도 없다. 남성 턱시도, 혼주 한복 등에서도 과도한 추가금 부과, 끼워팔기는 통용된다. '웨딩플레이션'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예식 값은 올랐다. 그러나 단 한 번뿐인 결혼을 망칠까 봐 돈을 내는데도 쩔쩔매는 것은 예비 부부다.
"항상 저도 모르게 자세가 낮춰져 있는 느낌? 가격 같은 것도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까 다 문의를 해야 하는데 사실 또 친절하게 문의를 안 하면 저희한테 혹시 불이익이 올까 싶어서…." (강승주, 예비 신부)
■5년간 피해 구제 신청만 1,394건…'을이 된 갑'
"결혼식을 잘하고 싶은 강박 관념은 크지만, 보통 일생에 한 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다른 계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드레스 네 벌을 무조건 해야 한다.' 끼워 팔기죠. 계약금을 50% 내는 경우? 아파트 몇십억짜리를 산다 하더라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우리 거래 관행과 맞지 않는 여러 가지 요구를 하는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인 거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지난 5년간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웨딩 업체 피해 구제 신청만 1,394건.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55건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제야 실태조사에 나서 가격표시제를 예고했지만, 한계는 보인다. 기본 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고가의 옵션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쉽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돈이 없다면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는 걸까? 결혼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시장. 인생의 한 번뿐이라는 유혹의 말로 을이 되는 결혼시장을 파헤쳤다.
#결혼 #결혼식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스드메 #예비부부 #웨딩
취재기자: 신수빈
촬영기자: 이재섭
영상편집: 안영아
자료조사: 김예진, 이종현
조연출: 최명호
방송예정일: 2024년 7월 9일(화) 밤 10시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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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빈 기자 (newsub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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