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와 통신하라… 꽂는 칩보다 효과적인 뇌 스캔, 완성 향해 박차[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영화 ‘매트릭스’의 칩 꽂기… 뉴럴링크의 칩과 유사한 개념
‘아바타’처럼 뇌 스캔하는 기술… 뇌질환 진단과 치료에 이상적
뇌 회로 작동법 밝혀야 도약 가능
우리는 뇌 안에서 오감으로 받아들인 신호들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신호가 어떻게 쓰이는지는 알고 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서 가상현실을 만드는 일은 뇌의 동작에 대한 이해 없이도 가능하다. 컴퓨터로 예를 들자면 그 동작 원리를 몰라도 카메라, 키보드, USB 포트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 방법의 치명적인 단점은 뇌가 고장 났을 때 고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컴퓨터의 예를 들면, 키보드와 USB 포트만 사용해서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는 데 한계가 있는 것과 같다.
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방법은 뇌에 직접 칩을 꽂는 것이다. 원하는 세포의 위치에서 나오는 신경 세포 단위의 신호를 직접 읽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두개골을 열고 직접 칩을 박는 아주 침습적인 방법이라는 게 단점이다.
또한, 신호를 읽고 쓰려면 뇌의 동작 알고리즘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는 게 또 다른 문제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도 전자약이라는 이름으로 뇌에 직접 칩을 꽂아서 신호를 주는 방법이 뇌전증이나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완치법은 아니지만, 뇌에 신호를 줌으로써 뇌전증 발작을 막거나 파킨슨으로 인한 동작 어려움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은 뇌 동작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여러 시도를 통해 알아낸 실험적 결과물이기 때문에 효과에도 상당히 큰 제약이 따른다.
여러 연구실에서 다양한 칩을 개발하고 있다. 잘 알려진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도 이런 칩을 만든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현재는 뇌의 알고리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칩을 만든다고 해서 매트릭스처럼 가상현실을 심어주거나 뇌에 헬리콥터 조종법을 직접 다운로드해서 트리니티가 몇 초 만에 헬리콥터를 조종하게 되는 것과 같은 학습은 불가능하다. 납땜기가 있어도 컴퓨터를 이해하지 못하면 어디를 어떻게 납땜해야 하는지 알 수 없고, USB 포트가 있어도 어떤 프로그램을 깔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아바타에 나오는 방법은 비(非)침습적으로 직접 뇌의 신호를 읽고 쓰는 방법이다. 이렇게 직접 뇌의 신호를 비침습적으로 읽고 쓰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뇌는 두개골로 보호되어 있기에 침습적인 방법보다 한 차원 더 높은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직접 칩을 꽂는 기술을 유선 통신에 비유한다면 이 방법은 무선 통신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뇌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영화는 우리의 상상력을 화면에 보여주는 우리 뇌 창의력의 산물이다. 그런데 이처럼 영화에 나오는 모습과 우리의 현실에는 얼마나 큰 간극이 존재할까? 뇌 질환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공상 과학 영화 속 즉각적인 학습, 아바타 조종 같은 미래가 아직 먼일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 뇌 회로의 동작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뇌는 대략 1000억 개의 신경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이는 전 세계 인구의 10배가 넘는 숫자다), 그 신경 세포들이 100조 개의 연결점을 통해 ‘회로’를 이루고 있다. ‘회로’의 사전적 의미는 전기적 신호가 움직이는 연결된 망이라는 뜻이다. 이 정도의 사실을 알아내는 데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연구가 필요했고, 아직도 신경 세포의 종류를 확인하는 과정이 많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뇌 회로의 동작을 밝히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이해가 아주 멀리 있지도 않다. 연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많은 발견이 한꺼번에 이루어지고 이해되지 않던 퍼즐이 순식간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잠을 많이 자면 뇌 건강에 좋다” 정도의 지식이 우리의 뇌에 대한 이해의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 “잠을 자는 동안 뇌가 노폐물을 방출하고 뇌 신경 세포들의 연결망이 정리된다”까지 나아갔고, “뇌 회로가 어떠한 통신을 통해서 수면 상태를 유지한다”라고 하는 구체적 이해로 이어지고 있다. 공상 과학이 보여주는 미래, ‘우리 속의 우주’ 뇌를 이해하는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뇌 질환을 치료함은 물론이고 밤새워 공부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순식간에 배울 수 있는 날도 기대해 본다.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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