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보냈으면 한다" 상처받은 울산 팬심 위로하려던 입장문, 그럼에도 여전한 분노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홍명보 감독이 울산 HD를 떠나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울산이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팬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이 내정됐다. 8일 오전 10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새 사령탑을 찾은 축구협회. 제시 마치, 세놀 귀네슈 등 외국인 감독도 후보에 올랐으나 국내 감독도 후보 명단에 줄곧 있었다. 보다 신중한 검토와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는 선임을 위해 임시 감독 체제를 두 번 맞았다. 황선홍 임시 감독과 김도훈 임시 감독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맡겼다.
임시 감독 체제로 4경기를 치른 뒤 최종 후보가 알려졌다. 감독 선임을 주도하던 전력강화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감독 2명과 외국인 감독 4명이 후보로 정해졌다. 지속적으로 차기 감독 후보에 이름을 올리던 홍명보 감독도 포함됐다.
그러던 중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를 표명했고, 그를 대신해 이 기술이사가 감독 선임 작업을 맡았다. 유럽으로 떠나 최종적인 후보로 점쳐진 거스 포옛 감독과 다비트 바그너 감독을 만났다. 그러나 두 감독 모두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 기술이사는 홍명보 감독을 직접 만났다. 이 기술이사의 설득에 홍명보 감독은 하루 동안 고민한 뒤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홍명보 감독이 했던 말과는 다른 결정이었다. 계속해서 대표팀 감독 자리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나보다 더 경험 많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 입장은 항상 같기 때문에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 감독은 맡지 않는다며 울산 팬들을 안심시켰다.
나아가 강도 높은 발언도 이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어났던 일을 보면 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 이번 일도 협회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행동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빨리 다른 선택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라고 했다.
홍명보 감독은 이렇게 대표팀 감독은 맡지 않는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이 기술이사의 설득에 대표팀 감독을 수락했다.
울산을 사랑하는 팬들은 분노했다. 시즌 도중 감독을 갑자기 빼가는 축구협회의 결정에도 분노했고, 팬들을 안심시켰던 홍명보 감독이 돌연 다른 결정을 내린 것에도 분노했다.
울산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울산은 9일 공식 SNS를 통해 "홍명보 감독이 떠납니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합니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합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서 울산은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되었습니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울산은 "그런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입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라며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고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울산의 팬이여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합니다"라고 했다.
대표팀 감독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홍명보 감독을 멋지게 보내줄 수 있도록 팬들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울산 팬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해당 입장문을 공개한 SNS 게시물에는 울산 팬들의 분노 섞인 댓글이 주를 이뤘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으니 포장하지 말라고 말한 팬도 있었고, 홍명보 감독 본인이 만든 프로세스를 스스로 깼다며 선임 과정을 비판한 팬도 있었다.
시즌 도중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의 감독을 빼오는 협회의 결정과 대표팀 감독 부임은 없다며 팬들을 안심시키던 홍명보 감독의 갑작스러운 변심도 이 입장문 하나로 만회될 리가 없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결정에 분노한 울산 팬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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