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英 극우정당의 현재 약점과 미래의 폭발력…엄청난 '사표'

김재영 기자 2024. 7. 9. 22: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닌 보몽=AP/뉴시스]프랑스 국민연합(RN)의 수장 마린 르펜이 30일(현지시각) 북부 헤닌 보몽에서 총선 1차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2024.07.01.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영국과 프랑스에서 하원 총선이 모두 드라마틱한 결과를 맺으면서 끝났다. 4일의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214석을 더해 411석으로 보수당을 무너뜨리고 14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

7일의 프랑스 결선투표 결과는 영국과는 반대로 '마이너스'의 역 클라이막스 드라마가 전개되었다. 극우 정당으로서 2차대전 나치 부역의 비시 정권 후 최초로 프랑스 정부(내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던 RN(국민결집)은 예상의 50% 밖에 안 되는 의석을 차지하는 데 그치며 3위로 나가떨어졌다.

영국의 중도좌파 노동당의 대승은 중도우파 보수당(토리)의 득표력을 반이나 갉아먹은 영국 개혁당의 보조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이절 퍼라지 당수의 영국 개혁당은 프랑스의 RN 급에는 못 미치지만 극우 성향의 보수 포퓰리즘 정당이다.

그런 만큼 이번 영국과 프랑스 총선은 반이민, 자국 제일주의의 극우 정당을 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나라의 극우 정당은 이번에 표면적 점수는 보통에 그쳤지만 그 아래에 숨어있는 몇 배의 잠재력을 확실하게 노정했다.

극우 지지자들에게는 아쉬움을, 극우 반대자에게는 두려움을 주는 잠재력이다. RN과 영국개혁당의 잠재력은 총선의 궁극적 목표인 후보 당선으로 열매 맺지 못한 중도 낙과의 지지표인 '사표'의 크기에서 드러난다.

프랑스 총선서 1차투표 직후 255~295석이 예측되었던 마린 르 펜의 RN는 결선투표 후 143석에 그쳤다. 이 의석 수는 RN과 우파 공화당(LR) 내 일부 세력의 연합체 RN-LR 이름으로 얻은 것이며 이 중 RN 후보 것은 126석이다. 정권을 단독으로 잡을 수 있는 과반선 289석에서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프랑스 유력지 르 몽드 지는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즉시 쓴 사설에서 "최악의 상황에 유혹되는 것은 (말과 달리)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며 안도했으나 곧 RN이 얻는 표 수를 보고 있으면 "잠간 동안만의 안도감도 얻기 어렵다"며 걱정에 사로잡힌다.

르 몽드를 걱정시키는 RN의 표, 결선투표 때 RN에 표를 던진 프랑스 유권자 수는 900만이다. 르 몽드 사설은 900만이라고 적고 있지만 르 몽드 기사에 따르면 정확히는 870만이다. 여기에 RN에 합류한 에릭 시오티 파 LR 후보가 얻은 130만 표를 더하면 프랑스 극우 연합체에 표를 던진 사람 수는 1000만 명이다.

1000만 명은 7일 결선투표 때 투표소가 차려진 501개 소선거구에서 투표한 2900만 명의 34.5%이다. 그런데 RN-LR가 이날 투표에서 승리한 선거구는 104개로 전체 501개의 20.8%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총 182석을 차지해 이번 총선 선두에 오른 좌파 연합 신대중전선(NFP)은 결선투표 501개 선거구 중 151개를 차지해 당선 비율이 30.1%였다. 이때 이 좌파연합체의 이날 득표수는 700만 표였다. 전체 표의 24.1%로서 극우 연합과 반대로 매우 효과적인 득표를 한 것이다.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가 4일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인 크랙턴에서 유세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 데일리메일 캡처) 2024.07.06. *재판매 및 DB 금지

르 펜의 RN은 결선투표 때 870만 표를 얻어 87명을 당선시켰다. 577개 전체 소선거구에서 치러진 1차투표 때 39명이 득표율 50% 이상 등 요건을 충족시켜 즉시당선되어 결선투표가 필요없었던 것이며 결선 당선자 87명을 총 득표 870만 표로 나누면 당선자 1인 당 10만 표를 얻었다는 계산이다.

이에 반해 총 의석 및 결선 1위 NFP는 결선 때 700만 표로 151명을 당선시켜 1인당 필요한 당선 표 수가 4만6300표에 불과하다. RN의 절반도 안 되는 표를 얻고도 당선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지지의 여당 연합체 앙상블은 결선서 650만 표로 166석을 챙겨 당선자 1인이 필요한 표 수는 단 3만9100표였다.

르 몽드 사설은 RN에 표를 던진 900만 명에 저항하기 위해 그외 투표자(2000만)가 결선날 투표했다고 말한다. 이번에는 저항이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이 없어 걱정이라는 투다.

이 900만 명 표를 RN이 어느날 지금의 NFP나 앙상블처럼 효과적으로 쓰게 되면 RN의 현 87석, 126석 및 143석은 1차투표 때 예측치 255석 이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보수 포퓰리즘 정당 영국개혁당은 총선서 408만 표를 얻고도 단 5명만 당선시켰다. 408만 표는 4일 총투표자 2700만 명의 15.1%에 달하지만 당선자 5명은 총 의석 650명의 0.7%에 불과하다. 1명 당선시키는 데 81만 표가 소요된 셈이다.

반면 역사적 스케일로 대승한 노동당은 970만 표로 411개 의석을 차지했다. 당선자 1인이 필요한 표 수가 2만3600표인 것이다. 영국개혁당이 이런 효율성을 가졌다면 408만 표로 5명이 아니라 170명을 당선시킬 수 있다.

총리가 된 키어 스타머 의원은 1만8900표로 당선되었으며 총리에서 물러나게 된 리시 수낵 의원은 2만3000표를 얻어 의원직은 유지했다.

보수당은 퍼라지의 개혁당이 당초 방침을 번복해 선거에 참여하면서 득표율이 직전 총선 때보다 19.9%포인트나 빠져 20.7%에 머물렀다. 보수당에서 빠져나간 득표율 중 12%포인트 이상이 개혁당으로 갔다. 보수당은 680만 표로 121석을 건지는 데 그쳐 1인당 당선 표가 5만6200표에 이른다.

노동당의 2만3600표에 비하면 '사표'가 많지만 개혁당의 81만 표에 비하면 대단히 적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영국개혁당의 잠재력이 세다고 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