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호르몬, 비만과 산후우울증 치료 효과”

한건필 2024. 7. 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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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 분비 관여된 TRP5 유전자 결여 생쥐실험 통해 확인
옥시토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엄마들을 포함하여 TRPC5 유전자가 없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이 비만과 산후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셀(Cell)》에 발표된 미국과 영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 베일러의대와 영국 캐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심각한 비만과 더불어 자폐증, 불안감, 그리고 냄새나 소리에 의해 유발되는 행동 문제를 가지고 있는 두 소년을 연구하던 중 이들에게 TRP5라는 유전자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유전자 결손은 둘 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두 어머니 모두 비만에 산후우울증을 겪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연구진은 TRPC5 유전자 누락이 어떠한 문제를 초래하는지 알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TRPC5 결함 있는 생쥐를 생산했다. 연구진의 한 명인 베일러의대 USDA/ARS 아동연구센터의 기초과학 부소장인 용 쉬 교수는 "그 생쥐들은 TRPC5 유전자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본 것과 매우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고 말했다.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수컷 쥐들은 체중 증가, 공격적인 행동, 불안,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한 혐오 등 소년들과 비슷한 문제를 보였다. 이는 유전자가 이러한 행동을 유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쉬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TRPC5를 열, 미각, 촉각과 같은 감각 신호를 감지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계열 중 하나로 설명했다. 그것은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의 경로에 작용한다.

연구진은 그 경로에 해당하는 시상하부를 자세히 관찰한 결과, TRPC5가 옥시토신을 생산하는 신경세포에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옥시토신은 애정, 유대감, 감정의 표현과 함께 분비되기 때문에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린다.

연구진은 건강한 생쥐들에게서 이 옥시토신 신경세포의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러자 생쥐들은 불안해하고, 과식하고, 사교성이 떨어졌다. 어미 생쥐들은 산후 우울증의 징후를 보였다. 그러다 유전자가 회복되자 체중이 감소하고 불안과 우울증이 완화됐다.

연구진의 일원인 케임브리지대 대사과학연구소의 사다프 파루키 교수는 "TRPC5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모든 증상이 나타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오래 전부터 시상하부가 생존에 필수적인 본능적 행동(음식 찾기, 도피 또는 투쟁 반응, 아기 돌보기 등)을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루키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TRPC5가 시상하부의 옥시토신 신경세포에 작용해 우리의 본능을 조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TRPC5 유전자 결손은 드물다.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50만 명의 DNA 샘플 중에서 TRPC5 변이를 지녔으면서 과체중인 사람은 369명이 발견됐다. 그 4분의 3은 여성이었다.

연구진은 옥시토신을 회복시키는 것이 산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엄마들을 포함하여 TRPC5 유전자가 없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연구는 종종 사람에게서 다르게 나타날 때가 있다.

파루키 교수는 "TRPC5 결핍과 같은 일부 유전적 질환은 매우 드물지만 신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례 연구를 통해 우리는 수십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심각한 건강 문제인 산후 우울증을 이해하는 데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중요한 것은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는 일부 산모에게 옥시토신이 가능한 치료법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행동이 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파루키 교수는 "우리는 이러한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이해와 동정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4)00641-X#%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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